“19세기 프랑스, 21세기 우리 현실과 똑같아”

입력 2014-10-24 02:38
‘1000프랑의 보상’을 들고 내한한 프랑스 연출가 로랑 펠리가 23일 서울 중구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그는 “빅토르 위고가 만들어낸 풍요로운 언어의 향연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며 “시대를 관통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100여 차례 공연해 온 작품이지만 해외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인 빅토르 위고의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기 때문에 자부심이 크지만 불행하게도 그 시대의 현실이 지금의 현실과 같다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자유가 돌아오는 날 세상에 내놓겠다’며 쏟아지는 공연 제안을 거절했던 작품,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희곡 ‘1000프랑의 보상’이 프랑스 배우들의 몸짓으로 25∼26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무대에서 펼쳐진다.

23일 서울 중구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로랑 펠리(52)는 “시대를 관통하는 자유, 평등, 정의 등 위고의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멜로드라마처럼 시작되지만 휴머니즘과 풍자적인 유머도 갖췄다”고 소개했다.

유럽 지역에서 가장 각광받는 프랑스 연출가 중 한 명인 그는 16세 때부터 연출 작업에 도전했고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등 세계 주요 극장에서 독창적인 연출력을 선보이며 명성을 쌓고 있다.

2007년부터 프랑스 툴루즈 국립극장의 예술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가 만든 ‘1000프랑의 보상’은 2011년 프랑스 비평상에서 최고 연출가 부문, 무대미술 부문상을 수상했다.

‘1000프랑의 보상’은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범법자가 된 주인공 글라피외가 도주를 도와준 가난한 과부 에티에네트를 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치 탄압과 귀족 및 부르주아들의 횡포가 극심하던 19세기 프랑스 파리 서민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돈에 맹목적으로 매달렸던 시대상을 그리면서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메시지도 던진다.

작품은 프랑스어로 공연되고 국내 관객들을 위해 자막이 서비스된다. 로랑 펠리는 “희곡 자체가 당시 민중들을 위해 쓰여졌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다”며 “무대 장치를 통해 극을 표현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무성 영화의 표현주의 방식을 차용한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함께한 배우들은 스스로를 ‘위고의 메신저’라고 소개하면서 뜨거운 사명감을 표현했다. 주인공 글라피외 역을 맡은 배우 제롬 위게는 “위고는 정의를 위해 투쟁했던 운동가 같은 사람”이라며 “역사와 시간을 대면하는 중요한 작업에 참여해 그의 목소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