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3분기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반토막 이하로 급락했다. 애플은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스마트폰 판매량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의 거센 도전에 고전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애플은 새로 나온 아이폰6의 폭발적인 초기 판매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이 애플 아이폰보다 못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단순히 스마트폰만 놓고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애플 아이폰과 비교해서 장점이 충분히 많다.
원인은 스마트폰 생태계에 있다. 애플이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했지만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일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구글 생태계의 일원인 삼성전자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하고 나면서 전 세계 IT지형은 요동쳤다. PC 중심의 인터넷 사용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급격하게 전환됐기 때문이다. 피처폰의 강자였던 삼성전자와 PC 검색 시장을 주름잡던 구글은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야 했다. 구글은 2005년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개발한 안드로이드사를 인수한 후 2007년 11월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스마트폰 OS로 무료 공개한다고 밝혔다. 직접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수한 하드웨어 제조사의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모토로라, HTC 등이 우군으로 합류했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윈도모바일(현 윈도폰) 기반의 ‘옴니아’가 있었지만 시장에서 냉담한 반응만 받았다. 삼성전자는 자체 스마트폰 OS가 없었기 때문에 애플의 iOS에 견줄 만한 OS가 필요했다.
구글과 삼성전자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그 결과는 2011년 출시된 갤럭시S로 나타났다. 가장 뛰어난 하드웨어 제조사가 만들고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이 제품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이 새로운 맹주로 자리 잡는데 도화선이 됐다. 이후 갤럭시S2, S3, S4 등은 나오는 대로 히트상품이 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로 ‘패블릿’(스마트폰과 태블릿PC 중간 크기의 제품) 시장까지 만들어내며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업체로 부상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만 10조16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 OS에서 80%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도 이때쯤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구글에 삼성전자는 더 이상 예전처럼 중요한 협력자가 아니었다.
구글 입장에선 안드로이드 확대를 위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런 필요는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나 마이크로맥스, 스파이스, 카본 등 인도 업체들이 채워줄 수 있었다. 삼성전자보다 싸고 사양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들을 위해 ‘안드로이드 원’이라는 저가 단말기용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특정업체에 종속되는 걸 피하기 위해 그동안 꾸준히 OS 개발 노력을 해왔다. 삼성전자는 2009년 자체 모바일 플랫폼 바다OS를 공개했다. 또 인텔, NTT도코모 등과 손잡고 타이젠 OS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성과는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다OS는 2013년 타이젠OS에 흡수됐고, 타이젠OS는 당초 기대와 달리 일부 웨어러블 기기, 카메라 등에 사용되고 있을 뿐 스마트폰에 탑재되지 못하고 있다.
자체 생태계 넓히기 본격화하는 애플
애플의 강점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때 이해관계자들을 끌어들여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아이팟이 전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한 것은 음악 저작권자들을 끌어들여 아이튠즈에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아이폰의 선풍적인 인기 배경에는 앱스토어가 있다. 개발자들은 앱을 개발해 수익을 만들고, 사용자들은 다양한 기능의 앱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애플은 수수료를 가져간다. 수수료 수입보다는 개발자와 사용자를 이어줌으로써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게 더 큰 목적이다. 애플 생태계에 머물기 위해선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도 생태계 형성과 관계가 있다. 애플은 비자, 마스터 카드와 미국 메이저 은행을 모두 애플 페이 안으로 끌어들였다. 애플 페이가 안착되고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아이폰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애플 페이가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폰5s 이하 사용자들이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화면 크기를 각각 4.7인치와 5.5인치로 넓힌 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애플은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데이터를 옮기는 방법을 홈페이지에 안내하며 고객 빼앗기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동안 아이폰은 화면 크기가 작다는 게 안드로이드 진영에 비해 약점으로 꼽혀 왔다.
애플은 컴퓨터 라인업인 맥(Mac)용 운영체제 OS X 요세미티와 iOS의 연동성을 강화했다. 맥에서 직접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아이폰에서 작업하던 걸 맥에서 이어서 할 수도 있다. 기기 간 연동을 강화해 컴퓨터에서도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3분기 실적을 보면 맥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가 늘었다.
애플의 생태계 확대 욕심은 홈킷과 헬스킷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헬스킷은 사용자의 다양한 건강 관련 정보를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보내 다양한 의료 관련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사용자, 병원 등 의료기관, 제약회사, 보험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홈킷은 집안에서 사용하는 조명, 온도계, 문 잠금 장치, 차고 문 등을 스마트폰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사물인터넷(IoT)을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것으로 가전업체, 건설사, 인테리어업체 등과 다양한 협업을 할 수 있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은 애플이 도어록 제조업체 어거스트와 손잡고 홈킷이 적용된 도어록 제품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경제 히스토리] ‘셋방살이’ 삼성, 애플과 벅찬 싸움
입력 2014-10-24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