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피어볼라

입력 2014-10-24 02:10

#14세기 유럽 대륙을 덮친 페스트는 고열과 함께 전신의 피부가 검게 변하며 결국 죽음으로 이어져 흑사병(黑死病)이라고도 불린다. 이 병으로 1347년부터 4년간 유럽에 살던 7500만명 가운데 2000만명 이상이 숨졌다. 당시 급속한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지배계층인 영주(領主)들은 농노(農奴)들의 지위와 처우를 올려줘야 했다. 이는 봉건제도 몰락을 앞당기는 한 요인이 됐다. 영국과 프랑스 간 백년전쟁도 한동안 중단됐다.

페스트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내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꼽히는 전염병은 ‘스페인 독감’이다. 1차 세계대전 마지막 해인 1918년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이 첫 환자였다. 이후 2년간 전 세계로 퍼져 무려 최소 2500만명, 최대 5000만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3년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이른바 사스(SARS)가 유행했다.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사스는 동남아에서 발생해 유럽과 북아메리카까지 확산됐다. 30여개 나라에서 8000여명이 사스로 숨졌고, 우리나라도 비상이 걸렸었다. 이밖에 결핵과 콜레라, 천연두, 에이즈 등이 인류를 괴롭혔다.

#요즘 지구촌엔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감이 한창이다. 두통과 근육통, 발열, 구토, 피부발진, 저혈압 등 증세가 나타나는 에볼라의 사망률은 60%나 된다. 지난 3월 서아프리카에서 확인된 뒤 지금까지 사망자가 4800명을 넘어섰다. 아직 치료제도 없다. 그래서인지 ‘공포’와 에볼라를 합친 ‘피어볼라(Fearbola)’라는 신조어마저 탄생했다.

에볼라 퇴치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배가되고 있다. 10여개 나라가 아프리카 현지에 군 병력 또는 보건 인력을 파견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아프리카 현지에 긴급구호대 형식의 보건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하겠다.

다만 파견 의료진의 안전 대책에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에볼라 감염 의료진이 440여명이고, 이 가운데 24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정부 당국의 꼼꼼한 대비가 절실하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