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의 힘은 셌다. 올해 수상의 영예를 안은 프랑스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69)의 대표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1978)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프랑스 현대문학 거장으로 꼽히는 그의 작품들은 오래전부터 국내에 소개됐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판매가 급증, ‘노벨문학상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문학동네)는 22일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예스24 관계자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21일부터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면서 “노벨문학상 발표 이전만 해도 판매량이 한 달 동안 10권 이하에 불과했지만 모디아노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하루에만 평균 300권 넘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인터넷 교보문고와 알라딘에서도 주간 베스트셀러 6위와 3위를 각각 달리고 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등 모디아노의 주요 작품을 가장 많이 국내에 번역 소개한 문학동네는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판매가 급증하자 이 책을 4만부 추가 제작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2만부를 더 찍었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이미 국내에 번역된 책이 많은데다 많이 알려진 작가여서 노벨상 수상 이후 독자들이 더 많이 찾아보는 것 같다”면서 “작품 자체도 미스터리 요소가 강해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모디아노 작품의 특징은 아련한 기억을 되짚어가는 발자취, 현재의 삶 속에 투영된 과거 혹은 미래의 의미로 요약된다. 그는 작품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와 관계 맺은 그들은 누구인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안개 속에서 명멸하는 불빛을 찾아 헤매는 듯한 꿈같은 이미지다.
문학동네는 ‘지평’(2010)을 시작으로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2007)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1977) ‘청춘 시절’(1981) ‘8월의 일요일들’(1986) 등 그의 작품 다섯 편을 추가로 펴낼 예정이다.
‘지평’은 기억 속 사랑했던 여인을 찾아 헤매는 소설가의 이야기,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는 196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서로 뒤얽힌 추억들의 조각을 맞춰가면서 사라진 한 여인의 윤곽을 서서히 그려나가는 몽환적인 작품이다. ‘청춘시절’은 투명한 문체로 바스러지는 과거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간들의 초상을 그렸고, ‘8월의 일요일들’은 기억의 파편들이 뒤섞이며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는 자전적인 이야기와 허구적인 기억이 뒤섞인 가운데 삶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는 열다섯 개의 이야기를 엮은 소설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모디아노 열풍’… 독자들 노벨문학상 작가에 빠지다
입력 2014-10-24 02:11 수정 2014-10-24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