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풀려나… 배경 관심] 北, 억류 미국인 1명 석방… 대미 화해 제스처?

입력 2014-10-23 03:45
북한이 그동안 억류해 온 미국인 3명 중 1명을 전격 석방하면서 그 배경과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씨가 풀려나 북한을 떠났으며 괌의 미군기지를 거쳐 오하이오주 고향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며 “북한 당국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은 케네스 배(46)씨와 매튜 토드 밀러(24)씨 등 2명으로 줄었다. 파울씨는 4월 29일 북한에 들어가 함경남도 청진을 여행하던 중 성경책을 몰래 유포한 혐의로 5월 7일 출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북한 당국은 그에게 ‘적대행위’ 혐의를 적용, 기소를 준비해 왔다.

국무부에 따르면 북한은 파울씨의 석방 조건으로 풀려나는 즉시 그가 북한을 떠날 수 있게 운송수단을 동원하라고 요구했고, 미 국방부는 북한 측이 제시한 일정에 맞춰 항공편을 제공했다. AP통신 평양주재원 등은 이날 오후 평양공항 활주로에서 꼬리날개에 별과 줄무늬가 새겨진 미군 항공기가 이륙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파울씨 석방 과정에 북한과 미국 당국 간 협상은 없었으며, 북한이 일방적으로 석방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미 당국자가 방북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케네스 배씨 등 억류자들 석방 협상을 위해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포함한 고위급 특사 파견을 제의했으나 북한 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

북한이 두 번이나 킹 특사 방북을 막판에 무산시키며 억류자 석방을 거부하자 미국은 강한 불쾌감을 표시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북한의 파울씨 석방은 미국에 대한 화해 제스처일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 동지께서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의 거듭되는 요청을 고려해 미국인 범죄자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석방시키는 특별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특사 파견 없이도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을 수용해 이뤄진 조치라고 강조, 미국과의 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를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에 제2차 고위급 회담 제의 후 군사분계선 등에서 도발 행위를 계속하는 등 예측불허 행동을 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의도를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워싱턴 소식통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파울씨를 석방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파울씨 석방은 최근 북한이 남한에 대한 유화 공세를 펴면서 동시에 교전을 벌이는 괴팍한 행동양태와 맞물려 있다”며 “평양 내부에서 향후 어떤 노선을 택할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백민정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