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인들의 바람대로 금융지주 회장에 내부인사로 분류되는 윤종규 전 지주 부사장이 앉게 됐다. 외부출신이나 KB 근무 경력이 2차 후보자들 중 가장 길어 내부 사정에 밝고, 재직 당시 직원들로부터 신망을 받았던 점 등이 조직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실무 능력에 있어서도 국민은행 부행장과 지주의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을 역임해 금융 전반을 꿰뚫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원하던 결과를 얻은 KB는 내부 잡음 없이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리딩뱅크 위상 회복하겠다”=윤 전 부사장은 내정 발표 후 KB 직원들의 상처를 보듬고, 추락한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부 출신인 제가 KB 회장이 됨으로써 직원들이 자긍심을 회복하고 조직의 화합과 결속을 이룰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이 결속해야 고객 신뢰가 돌아오고 리딩뱅크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직원 역량을 결집해 리딩뱅크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꾸준한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정상화와 아시아 시장을 기반으로 한 해외 진출 포부도 드러냈다. 또 내부승계 프로그램 구축 의지도 내비쳤다. 윤 전 부사장은 “최고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후계자를 양성하고 역량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며 “이사회와 함께 좋은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종규와 하영구의 접전=예상대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최종 후보자 선정 투표에서 윤 전 부사장과 하 씨티은행장의 2파전이 펼쳐졌다. 회추위는 2차례 투표 끝에 6대 3으로 윤 전 부사장을 결정했다. 회추위원 9명이 투표해 3분의 2인 6표 이상이 나와야 결정이 나는 방식이다. 1차 투표에서 윤 전 부사장과 하 행장이 5대 4로 갈렸고, 재투표를 통해 윤 전 부사장이 6표를 획득했다.
회의 직후 김영진 회추위원장은 “윤 전 부사장은 KB에 오래 있으면서 여러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고, 양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면접 당시) KB 가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경영을 하겠다고 한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윤 전 부사장은 상고를 졸업해 은행원이 된 뒤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은행 재직 당시 행정고시 2차 시험까지 합격했지만 시위 전력 때문에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KB 내부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KB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이 회장으로 와서 다행”이라며 “상처받은 조직을 통합하는 데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도 “최악을 피해서 다행”이라며 “앞으로 다시는 외풍에 휘둘리지 않도록 내부승계 프로그램과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새로운 회장의 과제=KB는 지난 1년여간 각종 금융사고에 연루됐고, 종국에는 지주회장과 행장이 갈등하다 동반 퇴진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조직원 사기 진작과 내부갈등 봉합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윤 전 부사장도 회장 후보로 추천된 이후 꾸준히 “조직 화합과 결속이 가장 중요하다”며 “직원 자긍심 회복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혀왔다.
조직 화합을 위해 새 회장이 먼저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회장과 행장의 겸임 여부다.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회장과 행장이 힘겨루기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지주체제 폐지 논란이 끓어올랐다. 일각에서는 갈등 방지를 위해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회장과 행장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절충안으로 겸임 후 회장이 행장을 임명하는 것이 KB 내부 안정에 긍정적일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이다. KB는 비은행권 강화를 목표로 M&A(인수·합병)에 열을 올려왔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내부 불안정을 이유로 인수 승인을 미루고 있어 28일부터 지연이자로 하루 1억1000만원을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 등에 물어야 한다. LIG손보 인수 성공이 회장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KB인들의 바람대로… 상처받은 조직 빠르게 안정될 듯
입력 2014-10-23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