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수도원 그리고 치유와 회복을 구하는 명상록

입력 2014-10-24 02:54

치유와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환부를 재생시키기 위해서 때론 사람이 주는 위로가, 때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즐기는 침묵과 고독이 이 역할을 해낸다.

저자는 여기에 ‘수도원’이라는 장소를 소개한다. 수도원 네 곳에 ‘침입’한 뒤 그 곳에서 느낀 소회를 한 권의 책으로 썼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생 방드리유 두 퐁드넬 대수도원, 낭만주의 경향에 따라 지어진 솔렘 대수도원, 매일 7시간씩 침묵 기도를 해야 하는 라 그랑 트라프 대수도원, 수십여 곳의 성당과 은둔처를 가진 카파도키아의 바위 수도원 지역까지. 각 수도원들의 모습과 규칙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랐지만 수도사들의 삶은 고립된 수도원에서 기도와 노동을 하며 산다는 점에서 같았다. 침묵과 고독 속에서 빛과 평화,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삶이었다.

“수도원을 거치고 난 바깥 생활의 초기는 열 배쯤 끔찍했다. 처음에 수도원은 묘지처럼 보였지만 수도원을 겪고 나자 반대로 바깥세상이 졸부와 매춘부와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시끄럽고 천박한 지옥처럼 느껴졌다.”(60쪽)

수도원의 역사와 이론, 현대인에게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가 흥미롭다. 20세기 최고의 여행 작가로 꼽히는 저자가 비신자의 시선에서 현대인의 삶을 향해 던지는 명상록이다. 신해경 옮김.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