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책-포르투갈] 만화로 그린 따뜻하고 섬세한 이민가정 이아기

입력 2014-10-24 02:51

하드커버를 넘기면 264쪽에 걸쳐 전면 칼라로 정성스럽게 그려진 만화가 펼쳐진다. 프랑스 출신 만화 작가 시릴 페드로사(42)의 신작 ‘포르투갈’이다. 자신의 가족사를 들여다본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는 2007년 ‘세 개의 그림자’로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에상시엘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이 책은 만화책으로는 이례적으로 현지에서 6만부나 팔리며 관심을 받았다. ‘포르투갈’도 2012 앙굴렘 페스티벌 ‘독자상’, 2011 캐나다 퀘백 만화상 베델리스 ‘올해의 해외 만화상’, 2011 프랑스 만화잡지 ‘텔레라마’ 선정 ‘놓치면 안 되는 만화책 15권’ 등에 올랐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3대에 걸친 한 포르투갈계 프랑스 이민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시몽과 아버지 장, 할아버지 아벨이 그들이다. 일과 연애,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던 시몽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한 만화행사를 통해 자신의 포르투갈 뿌리를 찾아간다.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적절하게 묘사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보편적인 문제 하나를 건드린다. 바로 자신의 기원에 대한 문제, 국가에 대한 소속감의 문제다.

그림은 따뜻하고 섬세하다.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크로키 작업을 상당히 많이 했는데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려고 노력했다. 어떤 스타일도 추구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야 선이 하나의 언어적 요소로 이야기를 위해 전적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영란 옮김. 2만2800원.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