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비행장치에 카메라를 달아 촬영하는 ‘헬리캠(헬리콥터 카메라)’ 사용이 늘고 있지만 관리 규정이 없어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축제에서도 헬리캠을 띄우는 경우가 많아 자칫 조종에 실패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달 초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세계불꽃축제에 등장한 헬리캠과 관련해 한 인터넷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었다. 야간비행이 금지된 시간인 데다 헬리캠 탓에 불꽃놀이를 즐기는 이들의 시야가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헬리캠은 늘 전파 오작동을 걱정해야 하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띄우는 것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현장에도 헬리캠이 등장했다.
헬리캠 조종에는 위성항법장치(GPS)나 주파수 조종 장비가 쓰인다. 이런 장비들은 예기치 못하게 신호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어 사고 위험이 높다. 조종자의 가시권을 벗어날 경우 기존에 입력된 장소로 돌아오게 하는 기능이 있지만 이 과정에서 건물에 부딪힐 수도 있다.
지난 8월 19일 인천 송도에서 “모형 비행 물체가 고층빌딩에 부딪힌 뒤 ‘쿵’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폭 30㎝, 무게 1㎏ 비행장치와 그 안에 달려 있는 카메라를 발견했다. 이 헬리캠은 한 지상파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업체의 것이었다.
업체 관계자가 촬영을 위해 조종하던 중 헬리캠이 시야에서 벗어났고 기기 회수를 위해 원래 입력된 위치로 돌아오도록 조작하다가 건물에 부딪힌 것이다. 다행히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쪽으로 추락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행인이 많은 도로에 떨어졌거나 건물 유리창과 충돌했을 경우 아찔한 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그러나 이를 관리·규제하는 법규는 미비한 실정이다. 항공법은 헬리캠 무게가 12㎏을 넘을 때만 의무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7월 항공법을 개정해 사진촬영 등 사업체가 운영하는 헬리캠은 12㎏ 미만이어도 신고토록 했지만 개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6월 현재 초경량비행장치를 운영하는 178개 업체가 등록돼 있는데 기준이 모호해 헬리캠을 독자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 교통안전공단이 시행하는 항공기 안전성 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비행규정을 어길 경우 20만∼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실제 단속은 미미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2일 “헬리캠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데 항공법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의 취미활동까지 일일이 컨트롤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기획] 헬리캠 사용 늘어나는데 관리·규제 법규는 미비
입력 2014-10-23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