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생계 유지용 겸직 허용해야” 목회사회학연구소 세미나

입력 2014-10-23 02:44
한국교회가 생계를 위해 목회와 다른 직업을 겸할 수밖에 없는 목회자들의 현실을 더 이상 관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가 최근 ‘목회자의 이중직 불법에서 활성화까지’를 주제로 서울 서초구 나루터로 신반포중앙교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교회는 목회자의 이중직을 허용하고, 개척·미자립 교회는 지역을 섬기는 경제활동을 겸하면서 위기극복의 활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현재 장로교와 감리교, 성결교 등 국내 대부분의 교단에서는 목회자가 목회 외에 생계를 위한 다른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목회자는 영혼구원과 목양에 전력을 다해야 하며 목회자의 생계는 교회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부 교단에서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제99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정기총회에서 목회자 이중직 허용 청원안이 상정됐지만 총대들은 허락하지 않고, 국내선교부에 위임해 1년간 연구키로 결정했다. 예장고신도 정기총회에서 ‘미자립 교회 목사의 이중직 허락 청원안’을 상정했지만 부결됐고, 총회 차원에서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조성돈 소장은 “지난 4월 기독교월간지 ‘목회와신학’이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경제적 이유로 인한 목회자 이중직 허용’에 대해 52.4%가, ‘개척 후 자립할 때까지 목사가 이중직을 갖는 것’에 대해선 85.5%가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척·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이 사례비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는 만큼 각 교단이 유지하고 있는 이중직 금지조항을 해지해 목회자들이 떳떳하게 일하면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밝힌 서울 좋은이웃교회 장진원 목사는 “많은 이들이 사도행전 6장 4절에서 초기 제자들이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힘쓰리라’고 한 것을 목회자 이중직 금지의 근거로 삼고 있는데 이것은 목회자의 역할을 설명한 것일 뿐 이중직을 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 목사는 “사도 바울은 평일 생계를 위해 천막을 만들었고, 주일엔 말씀을 전했다(행 18:3∼4)”며 “목회자의 이중직 허용 여부는 교리적 개념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는 “목회자의 이중직을 선교의 형태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비즈니스를 하며 선교 활동을 지원하거나 비즈니스 자체를 선교의 형태로 운영하자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한 예로 교회가 관청이나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도서관이나 카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을 설립·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는 단순히 경제적 활동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에도 일조를 하기 때문에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회 변화와 시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