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내각 ‘軍위안부 강제연행 흔적 지우기’ 전면전

입력 2014-10-23 02:02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 역사를 지우기 위해 전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河野) 담화를 부정하지 못하자 이번에는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1993년 담화 발표 당시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까지 문제 삼고 나섰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전날 참의원 내각위원회에 출석해 고노 전 장관이 회견장에서 군 위안부 강제 연행의 유무에 대한 질문에 “그런 사실이 있다”고 답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고노 전 장관 발언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그것(강제 연행 사실)을 부정하며, 정부 차원에서 일본의 명예와 신뢰가 회복되도록 확실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고노 담화는 강제 연행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인식 아래 미래 지향적인 일·한 관계를 지향하며 한국 정부와 조정해서 작성했다”며 지난 6월 발표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를 다시 거론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국제 사회가 명확히 판정을 내린 역사적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를 부인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일본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판과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검증 보고서는 고노 담화가 한·일 양국의 물밑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강조해 고노 담화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일본 정부의 반성이라는 입장을 뒤집었다.

아베 내각은 주변국들 반발과 여론 악화를 의식해 ‘고노 담화를 계승하되 검증한다’는 기괴한 논리를 내세우다 아사히신문이 제주도에서 여성을 강제 연행했다는 요시다 세이치(사망)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과거 기사 16건을 오보로 인정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강제 연행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을 곳곳에서 펴고 있다.

스가 장관의 이번 발언도 연장선상인 셈이다. 지난 11일 외무성은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14일에는 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한 유엔인권보고서(일명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를 작성한 쿠마라스와미에게 보고서를 일부 수정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강제 연행 흔적을 지우려는 노력은 교육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과 자민당 의원 등은 일본어사전에 등장하는 위안부 강제성에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잘못된 설명을) 교육현장으로 가지고 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아베 내각의 이런 움직임은 내부에서도 비판을 사고 있다. 하야시 히로후미 간토가쿠인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고노 담화 발표 후 발견된 위안부 관련 공문서가 500건이 넘는다”며 “일본군이 관여한 사실은 물론 인도네시아 등에서 강제 연행이 있었던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