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투하한 무기가 IS 손에 들어가다니… ”

입력 2014-10-23 02:03
미국이 시리아 쿠르드족에 공수한 무기 중 일부가 코바니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적군 ‘이슬람국가(IS)’의 손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IS가 시리아 쿠르드 반군을 위해 국제연합전선이 공중 투하한 무기 중 일부를 확보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튜브와 IS의 비공식 선전 매체인 ‘a3maq 뉴스’ 등에 IS 소속 무장 대원들이 무기가 가득 채워진 상자를 보면서 지나가는 영상이 게시돼 있는데 언뜻 보기에도 미국산 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9일 IS에 저항하고 있는 쿠르드족을 돕기 위해 C-130 수송기를 이용해 무기와 탄약, 의료품 등으로 구성된 꾸러미 27개를 투하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중 일부가 예상 궤도를 벗어나 IS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IS가 적어도 한 꾸러미 이상의 무기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동영상에 나온 소총 탄약 등이 공수된 무기와 같은 종류라 (IS 수중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영상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에서도 미국은 이라크 정규군에 지원한 무기들이 IS에 탈취·사용되면서 논란을 겪었다. 최근 이라크 정부군에 IS 대응을 위한 6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추가 수출하기로 한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의 무기가 적군의 손에 들어가는 난감한 상황이 반복되자 대책 마련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편 IS에 의한 이라크 소수민족인 야지디족 대량학살 우려가 또다시 제기됐다. 이라크 현지 시찰을 마치고 복귀한 이반 시모노비치 유엔 인권담당 사무차장은 기자들을 만나 “IS가 야지디족의 개종을 빌미로 대량학살 계획을 세웠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경고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시리아에서 IS와의 싸움에 군사적 수단만 사용하는 것은 여타 수니파 무장단체의 급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장기적 목표는 여전히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