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지하철·상하수도… 전국 공공요금 또 ‘들썩’

입력 2014-10-23 02:09

담뱃세, 지방세 인상에 따른 ‘서민증세’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공공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열악한 재정을 채우고 저물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민 주머니에 손을 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정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내년 초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버스·지하철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까지 더해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구체적인 인상 폭과 시기를 논의한 뒤 다음달 중으로 시의회에 요금 인상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인천시 산하 인천교통공사는 내년 상반기에 지하철 요금을 2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원도 주요 시들은 이미 버스요금을 인상했다. 춘천과 원주는 이달부터 평균 8.3% 올렸고, 태백은 기본요금 기준 9.1% 인상했다.

쓰레기봉투와 상하수도 요금도 오른다.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올렸던 경기도 용인시는 내년 1월 가격을 추가 인상키로 했다. 한해 280억원에 달하는 쓰레기 처리비용 중 일부라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원주, 세종, 이천시도 내년부터 하수도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정부가 고속도로 통행료 4.9% 인상안을 검토 중이고,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최근 수도요금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에서 지자체 공공요금마저 잇따를 조짐을 보이자 여론은 벌써부터 악화되고 있다. 시 재정을 부실하게 관리한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오미덕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 시기를 틈타 지자체들도 공공요금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공공요금이 인상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3개월째 이어지는 1%대 저물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물가 상황을 공공요금 인상의 빌미로 삼아선 곤란하다”며 “공공요금을 올리면 가계 실질소득은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요금은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도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공공요금의 인상 여부, 시기, 인상률 등이 결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더 살펴봐야 한다”며 “최대한 인상 시기를 분산하거나 관련 기관의 자구 노력이 선행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