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걱정 없이 금을 캐낼 수 있는 대단한 금맥(gold mine)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자오허우린(64)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차장은 지난 21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ICT 시장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했다. 낙관일색인 ICT산업에 대해 왜 이런 비판적인 말을 하는 것일까.
그는 “ICT산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로부터 인프라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막대한 금액이 필요하다 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그와 동시에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바로 시장이 직면한 커다란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23일 치러지는 ITU 고위 집행부 선거에 차기 사무총장으로 단독 출마했다. 193개 ITU 회원국이 한 표씩 투표권을 행사하는 선거에서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되면 이번 부산 ITU 전권회의가 끝남과 동시에 4년 임기가 시작된다.
사무총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묻자 “현재 ITU가 가진 국제적 지위와 역량 활용해 글로벌 ICT산업 발전을 앞당기고, 그 발전으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193개 ITU 회원국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전 세계 700여개 산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TU의 재정 운영 효율화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는 “회원국 대부분이 금융위기를 통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에 적게 쓰되 효율성을 높이는 모습을 회원국에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ICT산업이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 또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가 발을 맞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오허우린은 “지역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작은 회사, 젊은 기업가들이 혁신에 앞장서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진다”면서 “ITU는 인적·물적 자원을 강화하고 회원국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ICT 융복합 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은 ITU 통계의 모든 지수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융합 시대에 많은 산업이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데, 한국은 인프라와 보안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앞서가는 만큼 다른 회원국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장쑤성 출신인 자오허우린은 중국 난징대에서 전기통신 학사, 영국 에섹스대에서 텔레매틱스 석사 과정을 마쳤다. ITU에서는 산하 국제전신전화자문위원회(CCITT) 위원, 통신표준화국장 등을 맡았고 2006년 사무차장에 선출됐다.
부산=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인터뷰] 자오허우린 ITU 사무차장 “ICT, 금맥으로 생각하면 오산”
입력 2014-10-23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