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반대 목사 설교문 제출”… 美 휴스턴市 황당한 요구

입력 2014-10-23 02:46
동성애자인 애니스 파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시장이 지역 목사들에게 동성애와 자신을 언급한 내용의 설교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동성애자로 첫 미국 대도시 시장에 선출된 파커 시장은 지난 1월 여성 동거인과 결혼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기독교매체 크리스천포스트 등에 따르면 휴스턴시는 최근 시 검찰청을 통해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의 스티브 리글 목사 등 5명에게 파커 시장과 동성애, 성정체성, 동성애차별금지조례를 비판한 설교와 강연, 발표에 대한 자료 제출 명령을 내렸다. 휴스턴 교계에서 지난 5월 시의회를 통과한 동성애차별금지조례 시행을 막으려고 시를 상대로 조례 무효 소송을 내자 시가 압박 카드로 설교문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교계는 물론 정계와 법조계조차 시의 조치에 발끈했다. 그렉 애보트 텍사스주 검찰총장은 “문서 제출 명령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마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목사의 설교를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이 황당하다”며 문서 제출 명령에 대한 항의 표시로 파커 시장에게 설교문과 성경 보내기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미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SBC)는 성명서에서 “문서 제출 명령이 잘못됐음을 자인하고 이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미 전역의 목사에게 트위터에 설교 노트와 함께 휴스턴 목사 5명을 지지한다는 뜻을 담은 해시태그 ‘#4Houston5’를 달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기독법률단체인 자유수호연맹은 “시는 동성애차별금지조례 시행을 관철시키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목사들에게 입을 다물라고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파커 시장과 시 검찰총장은 제출 자료에서 설교문을 빼겠다고 했지만 동성애와 관련한 강연과 발표문의 전문을 여전히 요구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휴스턴시가 목사 활동에 제동을 거는 이유는 교계가 동성애차별금지조례 시행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스턴시 교계는 지난 6월 동성애차별금지조례 시행 폐기 주민투표 청원을 위해 5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시는 서명 대부분이 효력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청원을 폐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