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 애기봉 전망대에 설치된 등탑(사진)이 지난 16일 43년 만에 철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방부는 시설물 안전진단 결과 무너질 위험이 있어 철거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진단이 지난해 11월에 있었음에도 군이 최근에야 철거한 것은 남북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북한에 대한 ‘저자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을 우려해 철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국방부시설단이 지난해 11월 각급 부대의 대형 시설물 안전진단을 한 결과 애기봉 등탑이 상당히 위험한 D급 판정을 받았다”며 “철골구조물 하중으로 지반이 약화돼 강풍 등 외력에 의해 무너질 수 있어 철거했다”고 밝혔다. 높이 18m 등탑은 1971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해발 165m의 애기봉 전망대에 세워졌다. 등탑은 북한지역과 불과 3㎞에 거리에 있어 불을 밝히면 개성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등탑이 대북 선전시설이라고 주장하며 철거를 요구해 왔다. 남북이 2004년 6월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수단을 모두 제거키로 합의함에 따라 매년 실시돼 왔던 애기봉 등탑 점화가 중단됐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군은 그해 12월 21일 종교단체의 등탑 점등행사를 다시 허용했다. 그러자 북한은 성탄절 점화를 하면 등탑을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실제 포격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합참 관계자는 “등탑은 합참의 심리전과 관련 없고 구조물이 넘어지면 일반 관광객의 안전을 해칠 수 있어 철거했다”며 “재건축 계획은 없으며 김포시가 전망대 등 관광시설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남북관계 고려?… 애기봉 등탑 43년 만에 철거
입력 2014-10-23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