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굳어지는 걸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한 포럼에서 “성장 모멘텀의 조기 회복이 지연되면 저금리와 확장적 거시정책을 써도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secular stagnation)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지난 위기들과는 사뭇 다른 성격의 ‘일상화된 저성장(secular stagnation)’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두 경제 수장은 우리말 표현은 약간 달랐지만 장기침체를 뜻하는 ‘secular stagnation’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장기침체론은 1938년 앨빈 핸슨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꺼냈고 지난해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다시 들고 나와 유행처럼 번졌다. 경기 부진과 저성장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만성적 수요 부족과 같은 구조적 요인 때문에 오래 이어지는 상황을 일컫는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장기침체론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학계에선 동의하지 않는 쪽이 많은 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2010년)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 런던정경대 교수가 이끄는 경제연구기관 CFM이 최근 영국 경제학자 3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요국 경제가 장기침체기에 들어섰다”고 답변한 비율은 24%에 그쳤다. 다수의 응답자는 장기침체라는 개념의 명확성과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추가적인 부양책에 대해선 필요하다는 의견(48%)이 필요 없다는 응답(33%)보다 많았다. 주요국의 과도한 재정긴축이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에 장기침체 여부와 상관없이 재정확대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우세한 것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주요국 경제 장기침체 돌입” 英 경제학자 24%만 동의
입력 2014-10-23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