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떠난 ‘대륙의 양심’… 中 민주화 운동 선구자 천쯔밍 숨져

입력 2014-10-23 02:49
중국 민주화 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정치평론가 천쯔밍(陳子明)이 21일 베이징에서 6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던 왕단은 22일 페이스북에 “나의 훌륭한 스승이자 좋은 친구 천쯔밍이 (어제) 오후 2시45분 암과 싸우다 사망했다”고 적었다. 왕단은 이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천쯔밍은 지난 40년 동안 중국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온 가장 뛰어난 지식인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천쯔밍은 지난 1월 부인과 함께 치료차 미국 보스턴으로 출국했다가 귀국한 뒤 베이징 자택에 머물며 치료를 받았다.

상하이 출신으로 문화대혁명 때 하방을 경험한 천쯔밍은 7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이후 40년간 중국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왔다. 76년 ‘4·5민주운동’, 79년 ‘베이징 시단(西單) 민주의 벽 사건’에 관여한 그는 천안문 민주화운동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돼 91년 징역 1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대학원 때까지 화학공학을 전공했던 천쯔밍은 84년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공부한 뒤 80년대 후반 중국정치행정과학연구소, 베이징사회경제과학연구소를 잇따라 설립해 운영하면서 정치와 사회·경제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88년 경제 주간지 ‘경제학 주보(經濟學周報)’를 인수해 자유파 지식인의 논조를 대표하는 매체로 발전시켰다. 잡지는 이후 영향력이 커지자 당국에 의해 폐간됐다. 천쯔밍은 홍콩과 해외 매체에 정기적으로 중국 정치에 대한 평론을 기고해 당국의 감시를 받아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