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남극에 서식하는 아델리 펭귄이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안타깝게도 포르노스타입니다. 타락한 성생활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오명을 뒤집어썼습니다.
모든 것은 조지 머레이 레빅(1956년 사망) 박사가 100여년 전에 기록한 수첩에서 시작됐습니다. 외과의사와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생물학을 연구한 레빅 박사는 1910년부터 4년간 영국 스콧 탐험대의 일원으로 남극대륙을 누볐습니다.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서였죠.
레빅 박사는 연구 과정에서 아델리 펭귄이 번식 목적과 무관하게 성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델리 펭귄의 이상한 성생활은 이 뿐이 아니었습니다. 신체를 학대하거나 강압적으로 관계를 맺기도 했습니다. 인간사회에서조차 범죄에 해당하는 행동도 있었습니다. 레빅 박사는 모두 수첩에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수첩은 1912년 탐험대의 오두막 주변에서 사라졌죠.
레빅 박사는 영국으로 돌아가 아델리 펭귄의 타락한 성생활을 학술지와 보고서에 상세히 적었습니다. 그러나 학계는 출판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문제의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레빅 박사는 별도의 보고서 100부를 출판해 배포했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2부만 남았습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2012년 이 보고서를 발견하고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대중은 아델리 펭귄에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발생했습니다. 스콧 탐험대 오두막 주변의 눈이 녹으면서 레빅 박사의 수첩이 발견된 겁니다. 프랑스의 한 전문가는 7개월간 수첩의 내용을 복원했죠. 내용은 지난 20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아델리 펭귄에겐 금서(禁書)였던 레빅 박사의 수첩이 세상에 펼쳐진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네티즌들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22일 SNS에는 “펭귄이 타락했는데 남극에서 100여년 전 수첩이 발견된 게 무슨 대수인가” “아델리 펭귄에게 실망했다. 이젠 동물원에서 귀엽게 볼 수 없다” “펭귄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의 동심을 파괴했다”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와 SNS의 타임라인에서 아델리 펭귄은 메인키워드로 오르내렸습니다. 네티즌이 검색하면 인터넷 매체가 기사화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아델리 펭귄의 타락한 성생활은 더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레빅 박사의 이름과 수첩이 메인 키워드였습니다. 남극에서 100여년간 설빙에 파묻혔던 탐험대원의 수첩엔 무엇이 적혔을까 하는 호기심이 하루 만에 음흉한 시선으로 돌변한 겁니다. 지구를 반바퀴 돌고 전해진 100여년 전 기록물이 하루 만에 다큐멘터리에서 포르노로 바뀐 인터넷 해프닝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100년 전 생태보고서를 포르노로 만들어버린 네티즌의 ‘능력’
입력 2014-10-23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