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이 삐걱거리고 있다. 처음부터 쉽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논의를 하기도 전에 시기 등을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야당은 뜬금없이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자칫 산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청와대는 “연말까지 반드시 처리할 것을 당에 요구했다”며 ‘연내 처리’를 굽히지 않는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는데 시기가 중요하냐”며 온도차를 보였다. 올해 안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시간표상 물 건너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국회 일정이나 야당과의 조율 등을 감안할 때 연내 처리가 사실상 힘들다는 여당의 현실론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처리 시기에 이견을 보이면서 정부가 지난 17일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도 하지 못했다. 더욱이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정부 안이 흡족하지 않다며 수정안을 요구, 당정 사이에도 개혁안의 내용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으면서 정부 안과 배치된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혼선을 예고했다. 당정청이 갈등을 보이는 가운데 공무원연금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불식하고 국정감사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야당의 정치적 포석까지 더해진 셈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당초부터 험로가 예상됐다. 개혁에는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에 저항도 거셀 수밖에 없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과 일반 국민은 물론 현직 공무원과 퇴직 공무원 간 갈등도 얽히고설킨 복잡한 사안이다. 이 와중에 당정청의 이견과 여야의 첨예한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개혁 처리 일정이 한없이 늘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난 20여년간 시도됐으나 공무원들의 반발과 정부 및 정치권의 소극적인 대처로 유야무야됐다. 그 사이 매년 수 조원의 세금이 지원됐고 결국에는 연금지급 불능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개혁의 당위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이 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 여당이 마련하는 안이 그대로 관철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야당의 주장대로 공무원연금을 장기적 재정의 관점에서 다루고 사회적 협의체를 통한 여론 수렴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야당과 공무원 노조의 합리적 대안은 적극적으로 수용돼야 함은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확고한 개혁 의지를 가지고 가능한 한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내년이면 2016년 총선 모드로 돌입하고 이후 선거가 이어져 개혁은 물 건너간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되는 분명한 이유다.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지금 아니면 기회 또 놓친다
입력 2014-10-23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