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라함의 자손 다빗의 후예 예수 키스토의 족보라….’
130년 전에 쓰인 한글 마태복음 1장 1절(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은 한참을 들여다본 뒤에야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구절은 알렌 선교사가 한국 땅을 처음 밟았던 1884년 중국에서 몰래 전해진 쪽복음(단편으로 인쇄·제작된 성경) 희귀본 ‘맛대복음(마태복음)’의 첫 대목이다.
21일 서울 은평구 연서로 은평역사한옥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이달 초 개관한 이곳에서는 은평구민들이 소장한 유물을 모아 놓은 ‘우리 집 보물찾기-은평구민 소장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물은 안익태 선생의 코리아환타지(애국가) 친필 원본 악보와 전시관 중앙에 자리 잡은 초창기 한글 성경이었다.
특히 맛대복음은 최초의 한글 성경 번역자인 존 로스(1842∼1915) 선교사가 중국 선양(瀋陽)의 동관교회에서 제작한 쪽복음 중 하나다. 로스 선교사는 맛대복음에 앞서 1882년 한글로 된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을 각각 발간했고, 1885년에는 마가복음을 한글로 번역했다. 이어 1887년 최초의 한글 신약성서인 ‘예수셩교젼서’를 세상에 내놨다.
박물관에 전시된 맛대복음은 독특해 보였다. 복음서 한쪽 면에는 마치 다른 책처럼 한자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소장품을 출품한 한국교회사문헌연구원 심한보(67) 원장은 “1880년대에는 외국 종교 서적 유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성경’이라는 표시가 드러나지 않도록 낙서를 하거나 한문 서적 등으로 위장해 들여온 쪽복음이 많았다”면서 “이 책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맛대복음 바로 옆에는 1900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인쇄된 ‘신약젼셔(신약전서)’도 눈에 띄었다. 박물관 자원봉사자 한준섭(77)씨는 “한국의 성경 번역사는 물론이고 한글 자모와 인쇄술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들 소장품은 10년 전쯤 심 원장이 친구인 목사를 통해 부산의 한 헌책방에서 구입한 것으로 30년 넘게 기독교 문헌을 수집해온 그가 가장 아끼는 소장품들이다.
심 원장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이 얼마나 힘들게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 그 과정을 알면 그것만으로도 감동이 있을 것”이라며 “모쪼록 성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130년전 맛대복음·신약젼셔… 한글성경 희귀본 세상 밖으로
입력 2014-10-23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