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낸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를 진두지휘했던 벤자민 브래들리 전 워싱턴포스트(WP) 편집인이 93세를 일기로 21일(현지시간) 워싱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미 중앙수사국(CIA) 요원들이 동원돼 불법 감청을 시도하다 적발된 워터게이트 사건은 WP의 밥 우드워드, 칼 번스타인 기자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브래들리 전 편집인의 전폭적 지원 아래 후속 기사가 계속 이어졌고 마침내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귀결됐다.
우드워드, 번스타인 기자는 이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브래들리 전 편집인에게도 워싱턴의 중소언론에 불과했던 WP를 뉴욕타임스와 함께 일약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1950년대 뉴스위크 주간지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그는 WP가 뉴스위크를 인수하면서 65년 WP의 편집부국장이 됐다. 3년 후 편집국장으로 승진했고 91년 은퇴하기까지 WP의 편집국을 이끌었다.
그는 WP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편집국장으로 꼽힌다.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였지만 누구라도 그와 대화하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취재를 독려했다”고 후배 기자들은 회상했다. 편집국장 재임 동안 WP의 발행부수와 편집국 인력은 거의 두 배로 증가했고 전 세계 주재원 파견이 이뤄졌다. 퓰리처상도 4차례 수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여정 끝낸 ‘언론의 표상’… 전설적 편집인 벤자민 브래들리 타계
입력 2014-10-23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