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을야구에 실패한 구단에서 감독만 교체될 뿐 팀 운영을 함께 했던 프런트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4강에서 탈락한 팀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과도한 프런트의 개입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규시즌이 끝난 직후 김시진 감독이 물러난 롯데 자이언츠는 새 사령탑으로 외부 인사와 내부 승진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새 감독이 취임한다면 롯데는 2010년 이후 감독이 네 번째 바뀌게 된다. 하지만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 교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실 올 시즌 롯데가 추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8월 한창 4강 싸움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김 감독과 프런트간의 불화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시 롯데 프런트는 코치진의 교체를 요구했고, 수족이 잘려나갈 것을 우려한 김 감독은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이에 프런트는 김 감독의 사퇴를 받아들이고 감독 대행체제로 팀을 운영하려 했지만 구단 수뇌부가 이를 거부해 결국 정민태 투수코치만 물러나는 선에서 사태가 정리됐다.
롯데처럼 프런트의 입김이 강한 두산 베어스도 최근 4년 사이 감독대행을 포함해 수장이 5번이나 바뀌었다. 특히 물러난 감독 모두 계약기간을 남겨놓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두산 김승영 사장은 2011년 취임 당시 “강한 프런트가 있어야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프런트 야구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올 시즌 6위다. 하지만 두산은 ‘감독의 무덤’이 됐을 뿐 프런트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최근 3년 간 포스트시즌에 진출에 실패했지만 재계약에 성공한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은 22일 장문의 사과문을 구단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비난을 막기 위해 스스로 총대를 맸다. 선 감독은 “아쉬운 성적으로 팬 여러분들의 자존심과 야구명가의 자존심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에 가슴이 미어져 온다”며 “모든 질책을 달게 받겠다. 지난 3년 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면밀히 분석하고 연구해 달라진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시즌에도 성적이 부진하면 사퇴도 불사한다는 마음가짐과 각오로 감독직을 수행해 반드시 달라진 KIA의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후반 가을야구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SK 와이번스도 프런트의 힘으로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이후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프런트는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는 현상은 메이저리그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LA 다저스는 포스트시즌 부진의 책임을 지고 네드 콜레티 단장이 물러나는 등 프런트를 대폭 개편했다. 돈 매팅리 감독에게는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했다. 한 야구 전문가는 “최근 일부 감독 선정 배경을 놓고도 철저한 검증보다는 프런트와이 친분이 더 작용했다는 말들이 나돈다”면서 “팀이 성적을 내기 위해선 프런트가 과도하게 현장에 개입하지 말고, 책임도 함께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주도권은 프런트가… 책임은 감독만… 흔들리는 프로야구
입력 2014-10-23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