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동헌] 안전한 대한민국을 바란다

입력 2014-10-23 02:50

오늘날 우리의 안전은 전례 없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종전에 비해 재난으로부터 매우 취약해진 것이다. 예컨대 태풍, 폭우 등 기후 변화로 인한 풍수해의 강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폭발, 붕괴, 화재, 원자력 안전사고 등 시설재난과 교통재난의 위험이 증가하고 지진, 해일 등 지질재난과 테러, 해킹, 전쟁 등 사회재난의 잠재력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재난이 매우 크고, 빈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모럴해저드 등 내적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판교 환풍구 추락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상태라는 걸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주최 측의 책임이 크지만 이를 관리해야 하는 지자체와 국가, 위험성을 알면서도 환풍구에 올라간 관객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따라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정비도 필요하지만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안전점검의 날’을 국민 전체로 확산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안전점검의 날’은 1996년 4월 4일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처음 시작돼 올 10월까지 223차례 시행됐다. 하지만 기관이나 단체 위주로 실시되다보니 국민들은 소극적이다. ‘안전점검의 날’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재난 및 안전 관련 정보를 모두가 공유해 국민 참여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전에 관한 교육과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교육 활성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과 교육 콘텐츠 개발 및 보급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안전에 대한 행동이나 요령 등 안전문화를 초등교육 과정부터 가르치고 있다. 교육을 토대로 반복훈련이 실시돼야 한다. 실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안전은 내 스스로 지킨다는 재난안전 국민주권 운동도 필요하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시민들만 하더라도 걷거나 뛰지 말라는 경고에도 걷거나 뛰는 사람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과적차량과 위험물질 탑재차량 등이 도로 위를 씽씽 달리고, 안전벨트 미착용 등 안전수칙 위반도 다반사다. 판교 사고도 환풍구 위에 올라서는 행위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설마 무너지겠어’ 하는 시민들의 안일한 생각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하겠다. 국가가 국민 모두를 다 책임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재난과 대형 안전사고는 우리의 생활은 물론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큰 적이다.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전한 생활과 안전한 행동에 대한 관심들이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손쉬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례로, 국민이 국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찾는 전화번호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데 119로 통합했으면 싶다. 접수된 통화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상황을 분석해 관리기관으로 연결해주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 각 개별 법령에 의해 다뤄지는 법·제도를 국민 입장에서 정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관중심 시설중심의 재난 및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각 기관과 시설은 나름대로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재난관리 체계를 갖추고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을 위한 국민 관점의 재난관리, 안전관리 체계는 없다. 개별 법령마다 따로따로 재난유형이나 안전사고의 체계를 반영하고 있는 탓이다. 정비가 시급하다.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안전투자를 늘리는 일도 절실하다. 사회구조와 기후가 급변하면서 곳곳에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 편안하고 안전한 도시 건설을 위한 유비쿼터스 도시 개념까지 적용되고 있는 시점이다. 가능한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도 해야 한다.

김동헌 재난안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