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최계운] 물과 함께하는 도시

입력 2014-10-23 02:20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고픈 소박한 소망을 노래한 소월의 시다. 그런데 시가 노래한 강변은 그저 옛 얘기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건이 되면 강이나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남쪽지방 어디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유럽이나 미국 등 소위 선진국을 다니다 보면 부러운 것이 있다. 아름다운 강과 호수 그리고 해변이다. 특히 저마다의 문화적, 역사적 특수성을 최대한 살려 쾌적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수변도시가 그렇다. 문화 사대주의나 주거 사대주의가 아니다. 하회마을을 비롯한 우리 전통마을은 배산임수 등 풍수를 중시했다. 물이 가져다 주는 활력이나 건강, 경관 등의 장점과 물로 인하여 구성원들이 느끼는 동질감 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면 가치기준이나 선호도가 달라진다. 주거 조건이 한 예다. 지난 시절에는 교통이 중요했으나 지금은 환경을 더욱 중요시한다. 대중교통과 다소 거리가 있어도 주변에 호수, 바다, 강, 공원, 숲 등을 끼고 있는 곳을 좋아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산업기반, 교통, 운송, 교육, 상업 등이 중요했지만 오늘날에는 이밖에 레저, 문화, 관광 등의 추가적인 기능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친수공간이나 수변도시(waterfront town) 등이 하천이나 도시 쾌적성(amenity)의 키워드가 되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종합적인 쾌적함에 주목한다. 아침에 일어나 따사로운 햇살에 기지개를 켜면서 커피를 들고 발코니로 나가 강이나 바다를 내다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을 꿈꾼다.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찾아와 생활하면서 일하고 즐기고 휴식하는 친근하고 편안한 공간을 원한다.

이제 물은 치수와 이수 등 본래의 기능과 생태, 환경, 경관 등 2차적 기능을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생산재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렇듯 물은 여러 사회, 문화, 역사, 경제적 요소와 결합해 다양한 효과를 거두며 사람들의 의식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또한 세계인이 찾도록 할 수 있고, 세계를 향한 우리 발걸음에 한층 힘을 실을 수 있다.

물, 자연, 사람의 조화로운 결합을 위한 노력은 이미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강, 낙동강, 서해, 남해 등에서 추진되었거나 추진 중인 수변도시 조성이 좋은 예다.

필자는 특히 서해안 시화지구에 주목한다. 바다와 녹지를 함께 볼 수 있는 곳, 도시와 친수공간의 조화로운 어울림이 가능한 곳이다. 주거, 산업, 물류, 에너지, 연구, 생태, 레포츠, 문화, 관광 등 복합형, 미래형 수변도시를 지향하는 곳이다.

한때 시화호의 오염이 큰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등 수질, 대기, 생태를 개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으로 과거 오염의 그림자는 사라졌고 생명과 에너지가 넘치는 시화호로 다시 태어났다.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메카로 부상했다. 기후변화 대비 등 미래형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시화 MTV와 송산그린시티가 들어서고 있다. 이밖에도 문화, 관광, 레저 등의 치밀하고 다양한 노력이 더해져 수도권 최대의 산업 경쟁력을 보유한 세계적 문화도시로 도약 중이다.

물론 마냥 낙관적인 청사진만 펼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름답고 생산성 높고 살기 좋은 수변도시는 삶의 질을 높이고 밝은 미래를 계획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수변에 일과 보람, 문화와 낭만, 휴식이 넘치게 하면서 물의 가치를 더욱 키우는 일에 다함께 관심과 노력을 모아가자.

최계운 K-water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