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표와 성취의 땅, 이스라엘] (24)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입력 2014-10-24 02:34
예수의 시체를 안치했던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 아리마대 요셉과 니고데모는 예수님을 자신의 부모 형제같이 주님을 자신의 몸과 같이 사랑했다.
두 제자가 부활한 예수를 만났던 ‘엠마오 가는 길’에 있는 당시 집터. 제자들은 황망하여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고 고향 집에 도착해서야 따라오신 분이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디베랴 바닷가에 세워진 베드로수위권교회.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라는 세 번의 대답으로 베드로의 상처를 치유한 것을 기념해 교회 근처에 세워진 예수와 베드로의 조형물.
십자가에서 죄수를 더욱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은 세로대에 발디딤대를 설치하는 것이다. 디딤대가 없으면 쇄골이 죄수의 목을 조여 질식사하게 되나 디딤대가 있으면 죄수가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티므로 죽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처형을 속히 끝내려면 죄수의 정강이를 쳐서 부러뜨리면 된다.

“이날은 준비일이라 유대인들은 그 안식일이 큰 날이므로 그 안식일에 시체들을 십자가에 두지 아니하려 하여 빌라도에게 그들의 다리를 꺾어 시체를 치워달라 하니 군인들이 가서 예수와 함께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그 다른 사람의 다리를 꺾고.”(요 19:31∼32) 그러나 예수는 이미 숨져 있었다.

“예수께 이르러서는 이미 죽으신 것을 보고 다리를 꺾지 아니하고 그중 한 군인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요 19:33∼34)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날은 유월절(逾越節)이었다. BC 1446년의 첫 유월절에 하나님은 흠 없는 어린 양을 잡아서 그 피를 문설주와 인방에 바르라고 명령했다(출 12:7). 하나님이 애굽의 장자들을 칠 때 피를 바른 집은 넘어가겠다고 하신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은 그 양의 고기를 구워 먹으라고 한다.

“아침까지 그것을 조금도 남겨 주지 말며 그 뼈를 하나도 꺾지 말아서 유월절 모든 율례대로 지킬 것이니라.”(민 9:12)

또 선지자 ‘스가랴’는 외아들, 맏아들이 찔림 당할 것을 예언했다.

“그들이 그 찌른 바 그를 바라보고.”(슥 12:10)

날이 저물자 산헤드린의 의원 하나가 빌라도 총독을 찾아갔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와서 당돌히 빌라도에게 들어가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이 사람은 존경받는 공회원이요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자라.”(막 15:43)

그는 빌라도의 허락을 받아 예수의 시체를 새 무덤에 넣었다.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 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마 27:59∼60)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 와서 사람의 무덤 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안식일’이 지났다. 그분의 시체가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에 들어가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막달라 마리아 등 여인들이 안식 후 첫날 새벽에 무덤을 찾아간다.

“큰 지진이 나며 주의 천사가 하늘로부터 내려와 돌을 굴려내고 그 위에 앉았는데 그 형상이 번개 같고 그 옷은 눈같이 희거늘.”(마 28:2∼3)

그 천사가 여인들에게 말했다.

“빨리 가서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고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거기서 너희가 뵈오리라 하라.”(마 28:7)

여자들은 제자들이 숨어 있던 곳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베드로와 요한이 벌떡 일어나 무덤을 향해 달렸고, 무덤의 위치를 아는 요한이 앞서 달렸으나 막상 무덤에 이르러서는 베드로가 먼저 뛰어 들어가서(요 20:4∼6) 세마포와 머리를 쌌던 수건을 발견했다. 그들이 돌아간 후 무덤 밖에서 혼자 울고 있던 막달라 마리아가 부활하신 그분을 맨 처음 만난다.

“예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으나 예수이신 줄은 알지 못하더라.”(요 20:14)

부활한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막달라 마리아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 것으로 보아 부활 후의 모습은 세상에 있을 때와 다른 것이 분명하다. 그분이 알려 주시고, 영적인 눈이 밝아져야 비로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막달라 마리아의 경우도 그러했다.

“예수께서 마리아야 하시거늘 마리아가 돌이켜 히브리말로 랍오니 하니(이는 선생님이라는 말이라).”(요 20:16)

성경에 기록된 대로 하면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순서는 막달라 마리아가 처음이고 다음은 무덤에 갔던 그 밖의 여인들이었다.

“여자들이 나아가 그 발을 붙잡고 경배하니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무서워하지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 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마 28:9∼10)

그리고 그 다음이 베드로였다.

“주께서 과연 살아나시고 시몬에게 보이셨다 하는지라.”(눅 24:34)

그러나 마가의 기록에는 이 기사가 빠져 있다. 무슨 까닭인지 베드로는 마가에게 이것을 말해주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세 번이나 그분을 부인한 베드로가 당황하며 두려워하여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날, 엠마오로 간다고 내려갔던 두 명이 돌아와서 그들도 예수를 만났다고 전한다.

“예수께서 가까이 이르러 그들과 동행하시나 그들의 눈이 가리어져서 그인줄 알아보지 못하거늘.”(눅 24:15∼16)

그들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하다가 예수께서 모세와 선지자들이 적어 놓는 예표들에 대해 설명해 주고 함께 식사할 때 떡을 떼어 주시자 그제야 눈이 밝아져 그분을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즉 안식 후 첫날 저녁,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숨어 있던 장소에 다시 나타나셨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그리고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가 그 손의 못 자국과 창에 찔린 옆구리를 만져 보아야 믿겠다고 하므로 다시 여드레 후에 그분이 오셔서 도마에게 말씀하셨다.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돼라.”(요 20:27)

그 후 베드로, 안드레 형제와 요한, 야고보 형제 그리고 빌립과 나다나엘, 도마 등 일곱 제자가 ‘갈릴리로 가라’는 그분의 말씀대로 갈릴리로 갔으나 그분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베드로를 따라 고기를 잡으러 밤새 호수에 나갔다가 새벽에 돌아올 때에 호숫가에서 그분의 음성이 들려온 것이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요 21:6)

예수께서 그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했던 그 장면이 재현된 것이다.

“주님이시라.”(요 21:7)

요한이 먼저 그렇게 말했으나 먼저 물로 뛰어든 것은 베드로였다. 예수께서는 호숫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계셨다.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던 ‘새벽의 모닥불’을 준비해 놓고 그분이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그리고 베드로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요 21:15)

베드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십니다.”

그분은 같은 질문을 세 번 하시고, 베드로는 세 번 대답한다. 그렇게 해서 그분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하고 괴로워하던 베드로의 아픔을 이번에는 ‘사랑한다’고 세 번 대답하게 하심으로 치유해준 것이다. 그리고 다시 처음처럼 말씀하신다.

“너는 나를 따르라.”(요 21:19)

글=김성일 소설가, 사진 제공=이원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