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 과정 ‘민·관 유착 납품 비리’

입력 2014-10-22 03:50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 과정에서 물품구매 담당 공무원들이 ‘뒷돈’을 받고 특정 업체에 사무실 가구 등 비품 납품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뇌물수수 혐의로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구속됐으며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다른 부처 공무원도 납품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청사 이전이라는 국가적 사업 이면에도 민·관 유착 납품비리가 도사리고 있었던 셈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최근 복지부 운영지원과 공무원 진모(38)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진씨는 지난해 가구 도·소매업체 T사로부터 “세종시로 이전하는 복지부에 사무용 가구 등 비품을 납품시켜 달라”는 금품 로비를 받고 6억원어치의 물품을 T사가 납품하도록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진씨는 이 대가로 모두 3000만원 어치의 향응과 금품을 받았다. 그는 T사의 영업이사 김모(44)씨로부터 2010년 10월 정부서울청사 근처 커피숍에서 100만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T사 직원 명의와 통장과 체크카드를 건네받아 이를 통해 200만∼1000만원씩 송금받아 수시로 사용했다. 서울 서초구 등의 유흥주점에서 3차례 ‘술 접대’도 받았다. 진씨는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주는 대로 받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복지부 이태근 감사담당관은 “수사 결과가 통보되는 대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공정위 소속 공무원 최모씨도 같은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최씨 역시 김씨의 청탁을 받고 공정위의 세종시 이전에 필요한 4억원 상당의 가구 등 비품 관련 계약을 T사와 체결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최씨는 경쟁 입찰을 피하기 위해 6차례로 계약을 쪼개 체결하는 방식으로 T사의 편의를 봐줬다. T사는 지난해 2월 300만원 상당의 고급 소파를 최씨 집으로 직접 배송해 주고 현금 수백만원 및 향응 접대 등 1000만원가량의 금품을 제공하며 최씨를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미래창조과학부도 지난해 사무실 가구와 소모품 등 10억원어치를 T사를 통해 사들였다. 미래부는 T사와의 계약을 모두 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 윗선인 T사 김모 대표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납품 로비를 총괄·지시했다고 보고 김 대표를 상대로 구체적 로비 대상과 규모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서가 나오면 복지부와 공정위 외에 다른 부처들에 대한 수사도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동성 박세환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