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계속되는 ‘위험한 동거’… 이스라엘, 동예루살렘 주택 또 사들여

입력 2014-10-22 03:48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예루살렘 지역에 이스라엘 주민들이 주택을 사들여 잠식해가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새벽 유대인 정착민 수십 명이 무장 경찰의 비호 아래 동예루살렘 실완지구의 새 아파트 10채로 이주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성지인 예루살렘 구시가지 남쪽 성벽에 인접한 지역이다.

현지 주민들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거세게 반발했다. 무엇보다 그들을 화나게 한 것은 이들 이주민들이 입주하게 된 과정이다. 이스라엘 이주민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건물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몰래 현지 아랍계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웃돈을 얹어 집을 사들였다. 그 후 중개인은 종적을 감춰버렸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무드 아바스는 유대인 정착민들에게 주택을 판 행위를 “종신형에 해당하는 최고의 반역죄”라고 비난했지만 동예루살렘의 사법권은 이스라엘에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에도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아파트 25채를 인수해 현지 주민과 정착민 사이 충돌이 발생했다. 현재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확보한 건물은 90동에 이른다. 이곳의 이스라엘인 500명은 무장 경찰의 보호 속에서 5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위험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불편도 적지 않다. 새로 이사 온 이스라엘 정착민들 옆에 사는 70대의 팔레스타인인 할머니 움 아델 카라크는 로이터 통신에 “이전엔 때때로 옥상에 올라가 히잡(이슬람 전통 두건)을 벗기도 했는데 유대인들이 빤히 쳐다보는 곳에선 무슬림으로서 그럴 수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스라엘 정착민의 실완지구 진출에 미국도 우려를 표명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합법적으로 산 집에 기거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위배되지 않느냐”며 맞받았다. 독립 국가 창설을 추진 중인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으려 하지만,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 문제로 양측의 평화회담도 중단된 상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