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목회자들은 교회 재정 투명성 확보가 목회 사역을 방해하거나 제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반대입니다. 재정 내역이 명확해질수록 교회는 신뢰를 얻을 뿐 아니라 목회자들이 말씀과 기도에 전념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복음주의교회재정책임위원회(Evangelical Council for Financial Accountability·ECFA) 존 밴 드루넨(32) 부총재와 국제자문 게리 호그(47) 전 덴버신학교 부총장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모든 교회나 단체는 외부 기관의 감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ECFA는 미국 내 선교단체와 기독 NGO, 교회 등 비영리단체가 투명하게 재정을 집행하는지 감독하는 단체다. 소속 회원단체는 1년에 한 번씩 외부 회계감사를 거쳐야 하며 7가지 기준 등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교회의 재정적 신실성(투명성)과 청지기직을 공인받는다는 점에서 평가를 통과하면 신뢰도는 높아진다. 이 때문에 ECFA 회원이 아니면 대중적인 모금이 어려울 정도다. 현재 ECFA에는 윌로크릭커뮤니티교회, 콜로라도스프링스 뉴라이프교회, 올랜도 제일침례교회 등 대형교회 120개를 포함, 미국 내 2900개 기독교 NGO와 선교단체 등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ECFA는 지난 18일 한국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 설립 준비위원회(Christian Council for Financial Transparency in Korea·CCFK·위원장 황호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자료 공유 등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다. CCFK는 한국판 ECFA로 국내 교회와 선교단체 등의 재정적 투명성 여부 등을 감독한다. CCFK는 오는 12월 창립 예정이며 미국 ECFA와는 별개의 단체다.
드루넨 부총재와 호그 박사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교회 목회자와 장로 등을 만나 교회 재정 투명성 확보의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드루넨 부총재는 “상당수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재정 감사와 공개 등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며 “한국은 지금 적절한 타이밍에 와 있다”고 말했다.
게리 호그 국제자문은 이와 관련해 교회의 재정 투명성은 성경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고린도후서 8장 20∼21절이 이를 확실히 증언하고 있다”며 “사도들과 전문가들은 헌금이나 모금한 돈을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하고 사람들 앞에서도 비난을 받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재정의 투명성 확보는 교회 개혁 운동의 일환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교회에 대한 대사회적 신뢰도가 높아지며 스캔들 등 위기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교회 사역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헌금이나 기부도 많아집니다. 결국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호그 국제자문은 “성경에서도 세나(법률가, 딛 3:13)와 에라스도(재무관, 롬 16:23) 등이 사도들의 사역을 도왔다”며 “평신도 전문가들은 교회의 재정적 투명성을 확립하기 위해 하나님 나라를 실제적으로 세워갔다”고 말했다.
1979년 ECFA 창립 이전에는 미국교회와 단체들의 사회적 신뢰도는 낮았다. 당시 미국 전역을 누비며 복음을 전했던 텔레반젤리스트(TV 설교가) 등이 헌금 등을 유용하면서 스캔들이 터졌다. 이에 크리스천 변호사와 회계사, 기업인, 선교단체 리더, 행정 목사 등이 모여 ECFA를 창립했고 이후 교회나 선교단체의 신뢰도는 점차 상승했다. 빌리그레이엄전도협회(BGEA)와 월드비전, 컴패션 등은 초창기부터 회원으로 가입한 단체들이다.
드루넨 부총재는 “ECFA 창립 이전에는 미국교회나 NGO 어떤 단체도 감사를 받은 일이 없었다”며 “ECFA는 단체나 교회 활동을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금된 재정을 투명하면서도 책임 있게 사용하도록 울타리 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게리 호그 국제자문에 따르면 미국교회의 평균 신자 수는 80명이다. 작은 교회들까지 회계 감사 등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대형교회들이 ECFA에 가입해 회계 감사를 받고 투명성을 인증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교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도 CCFK의 회원이 되어 재정의 투명성을 인증받게 되면 정부의 간섭이 덜해지고 사회적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라며 “교회나 단체의 재정을 투명하게 하는 일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사역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교회 재정 투명해지면 신뢰 얻고 헌금·기부도 늘어납니다”
입력 2014-10-23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