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무성 직접 겨냥 불쾌감 표출… 당청 갈등 확전되나

입력 2014-10-22 03:26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사과로 봉합되는 듯했던 개헌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이번에는 청와대가 “말실수로 보지 않는다”며 김 대표를 직접 겨냥하면서 당초의 불씨보다 더 큰 불로 번질 태세다. 당청 간 갈등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김 대표 언급에 대해 공식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다가 21일 작심한 듯 김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로서는 당 대표 취임 100일이 되는 날 화환이 아니라 찬물을 맞은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16일 김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에 대해 “실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에서 개헌 언급을 했다. 그건 기사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며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김 대표가 다음날 “불찰이었고, 실수였다”고 했지만 실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계산된 발언이라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이런 작심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미 올해 초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라며 논의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탈리아 방문 중이던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발언을 보고받은 직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으나 청와대 내부적으론 불쾌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 시점은 개헌 논의 대신 당장 직면한 국내 현안 처리가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가가 장기적으로 보다 나은 상태로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 그것이 과연 개헌 얘기냐”고 반문한 뒤 “저희(청와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김 대표의 사과 발언이 청와대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황당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잘 아시다시피 (박 대통령은) 이탈리아 순방 중이었고, 일정상 그것을 챙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가 김 대표의 발언이 사실상 ‘의도된 발언’이었다고 정면으로 지적하면서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의 본격적인 불협화음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김 대표는 “개헌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겠다”면서 정면충돌을 피해갔다. 또 “박 대통령에게 이미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며 무대응 스탠스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편치 않은 심기를 감추진 못했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7일 회의에서 해명할 때 앞으로 개헌 얘기를 안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지금도, 어떠한 경우에도 (개헌에 대해) 얘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발언한 사람이) 청와대 누군데?”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 측근 인사는 “청와대 관계자가 익명의 그늘에 숨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남혁상 하윤해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