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재평가에서 탈락한 서울지역 8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지정취소한 가운데 교육계 안팎에서는 자사고 폐지에 대한 찬반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는 이에 대한 교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기독교대한감리회관에서 ‘한국교회, 자사고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참석한 현직 교장과 교사, 교육학자들은 “자사고의 존폐 여부를 이념적 힘겨루기에 이용해서는 안 되며 자사고가 자율성을 갖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시한다’는 당초의 목적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와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사고 문제에 대한 기독 자사고의 입장’을 밝힌 서울 배재고 김용복 교장은 “자사고 폐지의 명분이 ‘자사고로 인한 일반 고등학교의 황폐화’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며 “일반고는 획일적인 교육과정과 입시위주의 교육 탓에 ‘일시적 위기’를 맞았을 뿐 슬기롭게 극복하면 얼마든지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귀족학교다’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일반고로의 전환이 쉽다’ 등을 자사고에 대한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사고 학생들이 학비를 추가 부담하는 이유는 일반고에 비해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비슷한 학비가 쓰이는 데 무조건 자사고를 귀족학교로 낙인찍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고 지정이 취소돼 일반고로 전환했을 때 재학생과 학부모의 항의 및 전학 사태는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해당 구성원들이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사고 문제에 대한 일반 종립학교의 입장’을 밝힌 서울 경신고 박정음 교장은 “해방 후 우리나라는 수많은 교육정책과 제도를 변화시키며 사립학교의 자체 교육력을 약화시켰다”며 “일반고로 남아 있는 많은 기독교학교들은 기독교교육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매몰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장은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설립이념을 존중해 다양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인성교육 등에서 우위를 보이는 기독교학교의 교육력은 위기에 처한 우리 교육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한국교육은 이제 사립학교에 자율권을 회복시켜 주는 대전환의 교육개혁을 해야 한다”며 “사립학교는 수가 많아 다양성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토양도 풍부한 만큼 정부는 이런 장점을 잘 살려 미래를 향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유재봉 교수는 ‘자사고 문제에 대한 교육학자의 입장’을 발표하며 “자사고가 존폐의 문제까지 이르게 된 것은 서울시교육청과 정부의 이념 대립 때문”이라며 “이는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대부분이 큰 청사진과 장기적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발되기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급격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교육부와 교육청은 자사고가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학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현 상황에서 자사고는 고유 목적과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며 “특히 기독교계 자사고는 헌신적인 교사를 확보하고, 기독교 세계관에 바탕을 둔 교과를 개발하는 등 정직한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해 자사고 정상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를 제시한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박상진 교수는 “한국교회가 자사고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책임은 없지만 자사고의 존폐 여부는 곧 기독교사립학교의 존재 여부와도 연관돼 있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먼저 입시위주의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면 자사고의 올바른 운영도, 평준화 정책도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기독교학교와 한국교회는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성경적 인간관과 가치관에 따라 교육하며 학생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은사를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일반高 위기는 획일적 교육과정 탓이지 자사고 탓 아니다”
입력 2014-10-22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