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서수원∼평택 고속도로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비용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매년 수백억원의 정부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던 MRG가 실제로 폐지된 것은 처음이다. 이 구간 통행료도 최대 400원까지 낮아진다.
국토교통부는 서수원∼평택 고속도로 사업시행자인 경기고속도로와 이 같은 내용의 변경실시협약을 22일 체결한다고 21일 밝혔다. MRG는 민간자본으로 지은 시설의 실제 수입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최소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서수원∼평택 고속도로는 2009년 개통 이후 교통량이 전망보다 저조해 해마다 14억∼92억원씩 총 131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았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곳은 인천공항고속도로다. 2002년 이후 1조897억원의 정부 예산이 들었다. 이어 천안∼논산 고속도로(4334억원), 대구∼부산 고속도로(3795억원), 서울외곽고속도로(1203억원) 순이다. 이런 식으로 MRG가 적용되는 9개 민자 고속도로에 쏟아 부은 재정은 2002년 이후 모두 2조2585억원에 달한다.
MRG가 정부 곳간을 과도하게 축내자 정부는 2009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기존 계약에 따른 손실보전분의 지출은 계속되고 있다. 재정 부담이 커진 정부는 인천공항(90→80%), 천안∼논산(90→82%), 대구∼부산(90→77%) 고속도로의 MRG 보상 기준을 낮췄고, 지난해부터 사업 재구조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인천공항, 용인∼서울, 평택∼시흥 고속도로 등과도 협약 변경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나머지 사업에 대해서도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일부 도로의 경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협약 변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협약에서 서수원∼평택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100∼400원 인하하는 방안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소형 승용차(1종) 기준으로 동탄∼북평택 25.4㎞ 구간의 통행료는 기존 3100원에서 2700원으로 낮아진다. 동탄에서 평택오성산업단지로 출퇴근할 경우 연간 19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봉담∼북평택 구간(3000→2600원), 북오산∼북평택 구간(2700→2300원)도 내린다.
MRG 폐지, 통행료 인하 등으로 인해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금융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충당하게 된다. 두산중공업 등 건설업체 중심의 기존 투자자에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재무투자자로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을 해 금융비용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정부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조정하던 통행료를 앞으로는 3년 단위로 정하고 물가 상승률도 최대 7.37%(연평균 2.4%)만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고속도로 이용자들은 2015∼2039년 9566억원가량의 통행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기획] 서수원∼평택 고속도 최소운영수입보장제 첫 폐지
입력 2014-10-22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