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등 간편식 시장에서 ‘밥맛’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산 고급 쌀은 물론이고 해외 고급 품종 쌀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홈플러스는 21일 일본이 원산지인 고급품종 쌀 ‘고시히카리’로 만든 삼각김밥과 롤김밥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자사의 ‘인조이 프레시(enjoy fresh)’ 브랜드 도시락 및 초밥에 고시히카리 쌀을 적용한 후 제품군을 늘린 것이다.
고시히카리는 일본에서 개량된 쌀로 맑고 투명할 뿐 아니라 밥맛이 좋다. 밥이 식어도 잘 굳지 않고 특유의 식감이 유지되는 특성 덕분에 초밥이나 김밥 등에서 고객 만족도가 높다. 실제 앞서 이 품종을 도입한 도시락 및 초밥의 경우 도입 전후 한 달 매출을 비교했을 때 각각 72%와 19% 늘었다. 고시히카리 품종 역시 최근 쌀 소비 감소 추세에도 올해 1∼9월 매출이 전년보다 28%나 늘었다.
홈플러스는 경기도 평택에서 재배한 특등급 고시히카리 쌀을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 인증 공장에서 가공해 사용한다. 전지현 델리기획팀 상품기획자(MD)는 “일반미보다 30% 이상 비싸지만 시중 가격으로 프리미엄급 간편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간편식 주 판매처인 편의점도 밥맛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25는 8월부터 도시락 쌀을 ‘탑라이스’로 바꿨다. 탑라이스는 농촌진흥청에서 지역별로 엄선된 가장 좋은 쌀을 홍보하기 위해 개발한 브랜드다. 쌀알 깨짐이나 색 등이 바래지 않고, 병충해를 입지 않은 ‘완전립’ 비율이 95% 이상인 쌀이다. 기존에는 완전립 비율 84% 이상의 쌀을 사용했었다. 완전립 비율이 높으면 밥의 찰기나 식감이 상대적으로 좋다. GS25는 도시락 쌀을 바꾼 후 관련 매출이 5% 정도 늘었다.
CU 역시 완전립 비율 90% 이상으로 도정한 지 3일 이내 햅쌀만 쓴다. 식품첨가물이나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식품제조센터에 ‘밥 소믈리에’를 두고 직접 밥을 짓는 공정에도 참여시킨다. 세븐일레븐은 2010년 고시히카리 품종 도시락을 일부 도입했다가 비용 문제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쌀로 만든 모든 상품에 수확 1년 이내, 도정 후 3일 이내 국내산 햅쌀을 사용한다. 롯데푸드가 지난해 40억원을 투자해 들여온 취반기(밥 짓는 설비)도 밥맛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식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별로 품질을 강조하다 보니 밥맛의 기본인 쌀에 주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도시락·삼각김밥 시장 ‘밥맛 전쟁’
입력 2014-10-22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