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송정에 위치한 KT부산국제센터 2층 관제실에는 4명의 엔지니어들이 각각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한 엔지니어는 깊은 바다 밑에 있는 인터넷 광케이블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또 다른 엔지니어는 일본 NTT사의 해저 케이블 담당자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벽에 걸려 있는 TV에는 CCTV가 촬영하고 있는 송정 앞바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너머에 출입이 통제된 공간에서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관제하는 기기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KT는 21일 KT부산국제센터에서 세계 최대의 국제 해저통신망을 운용하는 통합관제센터 ‘APG NOC(Asia Pacific Gateway Network Operation Center)’ 개소식을 열었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의 통신 허브국으로 다시 한 번 발돋움하게 됐다.
APG는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9개국을 연결하는 최대 수심 6000m, 총 길이 약 1만1000㎞의 ‘해저 인터넷 고속도로’다. 막대한 양의 정보와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이 고속도로를 통제하는 권한을 우리나라가 거머쥐게 된 것이다. KT는 아시아 9개국 간 국제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의 구성과 운용, 해저케이블 장애 시 회선 복구, 문제 해결 등 위기대응체제를 총괄하게 된다. KT는 9개국으로 이뤄진 APG 컨소시엄으로부터 매년 11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전망이다.
APG의 전송용량은 38.4Tbps(초당 테라비트)로 전 세계에 설치된 280여개 국제 해저 케이블 가운데 전송용량 기준 최대 규모다. 700MB 용량의 영화를 1초에 7000편 전송할 수 있다. 우수한 한류 콘텐츠를 아시아 전역에 전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를 국내에 유치하는 데도 유리하게 됐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은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중심이 북미에서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면서 “아시아에서도 기술력과 지리 환경적 위치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을 가진 KT가 글로벌 관제 센터를 유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인터넷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APG 9개국의 인터넷 가입자는 9억명으로 아시아 전체 13억명 가입자의 69%, 전 세계 가입자 28억명의 32%를 차지한다. APG 구축에는 한국 KT,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 일본 NTT, 싱가포르 스타허브, 미국 페이스북 등 13개 사업자가 참여했다.
KT는 APG에 이어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미국을 직접 연결하는 1만4000㎞ 길이의 해저광케이블 NCP(New Cross Pacific)도 2017년 말 개통할 예정이다.
황창규 KT 최고경영자(CEO)는 개소식에서 “해저 광케이블의 실질적인 운용을 맡는다는 것은 사실상 정보통신(IT)의 결정권을 우리가 쥐는 것”이라면서 “인프라가 갖춰지면 이를 바탕으로 기술 수출, 미래 먹거리 발굴 등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부산=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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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2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