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두 번 변했지만 대형 참사의 아픔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20년이 지난 21일 희생자 유가족 10여명이 참사 20주기 위령제를 열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불과 나흘 전인 17일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한 터라 이번 위령제의 의미는 각별했다. 유가족들은 다시는 비극적인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위령제는 오전 11시 성수대교 북단 한쪽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위령탑에서 열렸다. 희생자 가족들과 지인들은 위령탑 앞에 차례로 나와 묵념한 뒤 흰색 국화를 내려놓았다. 이어 사고로 희생된 32명의 이름을 천천히 부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참석자들은 추도사에서 “우리는 지난 20년간 형제자매, 아버지, 어머니를 가슴에 묻으며 한없는 고통과 눈물로 보냈다”며 “유가족의 단 한 가지 소망은 다시는 이 땅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풍백화점 사고와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사고, 최근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등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온 국민이 안전요원이라는 생각으로 안전불감증의 굴레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던 최진영(47)씨는 “사고가 나던 날도 오늘처럼 비가 왔다”며 “마음이 너무나 아리다”고 말했다. 두 살 터울 형을 잃은 유가족 대표 김학윤(48)씨는 “성수대교 사고 후 20년이 흘렀는데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 화가 난다”며 “성수대교 사고 이후엔 교량 안전 규제가, 세월호 참사 이후엔 해양 관련 규제가 강화됐는데 이렇게 한 군데씩 고치지 말고 사회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수대교 붕괴 참사는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40분쯤 성수대교 10번과 11번 교각 사이 상판 48m 구간이 무너지면서 무학여고 학생과 직장인 등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던 대형 사고였다. 당시 부실시공과 안전불감증에 대한 숱한 반성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안전한 사회’를 갈구하는 유가족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성수대교 붕괴 참사 20주년… 희생자 위령제] “20년이 지나도 바뀐 게 없어 안전불감 사회에 화가 난다”
입력 2014-10-22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