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이드-여진 계속되는 김무성 訪中] “개헌” 한마디에 3박4일 공든탑 와르르

입력 2014-10-22 02:10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 얻은 것을 개헌 발언으로 다 까먹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측근 인사의 탄식이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중국 베이징·상하이를 3박4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중국 공산당은 베이징에서 그에게 대형 리무진을 제공하며 예우를 다했다. 경찰차 2대가 리무진의 앞뒤에 붙어 다녔다. 중국 공안 당국은 김 대표 일행이 이동할 때 교통 정체를 우려, 신호등을 조작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줬다. 같이 동행했던 새누리당 의원은 “총리급 예우”라고 귀띔했다.

지난 방중에서 김 대표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시 주석 면담이었다. 김 대표 측은 면담이 성사되기 전까지 극도로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출국 4∼5일 전에 중국 측에서 외교 관례를 이유로 면담과 관련한 정확한 일정을 알려주지 않아 한때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의장에서 김 대표와 30여분 동안 만나며 정성을 다했다. 시 주석을 만난 이후 김 대표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사라지고 여유가 흘러 넘쳤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1일 “김 대표가 시 주석을 만나기 전날 밤까지 면담 내용을 본인이 직접 챙기며 꼼꼼히 준비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다짐한 대로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타고 중국을 오갔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이동하는 중국 국내선 비행기에서는 비즈니스석에 탔다. 한 측근은 “중국 국내선 좌석은 중국 정부 측에서 비용을 내고 제공한 것”이라며 “귀빈으로 예우하는 중국 당국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손님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출장 기간 내내 ‘말조심’ ‘몸조심’에 주력했다. 관광지를 한 곳도 둘러보지 않고 빡빡한 일정만 소화했다. 기자들과의 접촉도 말이 나올까봐 가급적 피했다. 하지만 ‘개헌 논의 불가피’ 발언이라는 초대형 사고를 쳤다.

상황은 이랬다. 방중 일정이 끝나 귀국하는 날인 지난 16일 오전 7시30분(현지시간) 조찬 형식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김 대표가 모두발언을 했고 취재진의 일문일답이 이어졌다. 이때는 개헌 얘기가 전혀 없었다. 방중 성과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후 아침식사를 겸해 가벼운 환담이 이뤄졌다. ‘개헌 봇물’ 발언은 그때 나왔다. 헤드 테이블에 앉은 김 대표가 편한 분위기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개헌론에 대해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개헌 불가’ 입장을 재차 강조한 지 열흘 만에 집권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에 반기’ ‘정면충돌’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한 배경을 놓고 ‘준비된 발언’이라거나 ‘우발적 실수’라는 두 가지 상반된 관측이 제기됐다. 그의 측근들은 “김 대표가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치적 고려 없이 불쑥 내놓은 것”이라고 우발적 실수론에 힘을 보탰다. 또 “개헌 논의가 일 것이라는 당내 분위기를 말했는데 마치 개헌을 (김 대표가) 추진할 것처럼 보도됐다”면서 언론 탓을 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었던 새누리당 의원은 “김 대표가 시 주석과의 면담 등으로 방중 성과가 좋자 긴장의 끈을 잠시 놓은 것 같다”면서 “개헌 발언 하나로 방중 성과들이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