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21일 짓궂게 내리는 가을비 속에서 엄수됐다.
오전 9시쯤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정모(47) 권모(46·여)씨 부부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한 유족은 상복을 입은 부부의 막내딸을 바라보며 “큰아들이 이제 열아홉 살이고 막내딸은 아직 초등학생인데, 어떡하라고…”라고 말끝을 흐리며 울먹였다.
삼남매를 남기고 떠난 부부의 영정을 향해 큰아들은 침통하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머리를 깊이 숙이며 절을 하고 두 동생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슬픔을 애써 참던 유족들은 나란히 선 두 대의 운구차를 보면서는 마침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두 딸은 고개를 숙인 채 울면서 서로를 끌어안았다. 큰아들은 슬픔을 억누르며 동생들의 등을 토닥이고 위로했다.
비슷한 시각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기러기 아빠’ 이모(45)씨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이씨가 그토록 사랑했던 중국으로 유학 보낸 두 아들이 아버지의 영정과 위패를 나눠 들고 장례식장을 나서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씨 부인은 하얀 꽃관포가 씌워진 관 위에 손을 올리고 통곡하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는 듯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앞서 오전 7시쯤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직장 동료와 함께 야외광장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한 조모(35)씨의 영면을 기원하는 발인 예배가 열렸다.
오전 5시30분쯤 같은 장례식장에서는 근무 중 사고 환풍기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변을 당한 테크노밸리 내 한 기업 직원 김모(40)씨의 장례식도 진행됐다.
한편 판교 축제를 기획했다가 이번 사고 이후 자책감에 목숨을 끊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직원 오모(37)씨의 영결식도 이날 오전 5시 삼성서울병원에서 엄수됐다.
경기·서울 지역 병원 4곳에서는 정씨 부부와 이씨를 포함해 9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지난 19일 1명, 20일 6명의 발인이 완료됐다. 이로써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희생자 16명의 장례는 모두 마무리됐다.
성남=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판교 환풍구 추락참사] “막내딸은 아직 초등학생인데 어떡하라고…”
입력 2014-10-22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