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자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신학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훈련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해외석학 초청 강연회’는 이 같은 문제의 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남미 해방신학자 성정모(상파울루감리교대학교대학원 종교학) 교수는 이날 ‘해방신학과 돈의 숭배’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돈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하나님에 대한 열망으로 바꾸는 것이 신학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브라질 최대 빈민촌인 자르징안젤라 지역에서 해방신학을 이끈 2세대 해방신학자다.
성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려 한다”며 ‘사회적 불평등’ 문제부터 거론했다. 그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가난하면 오히려 문제가 없다”면서 “진정한 문제는 부가 집중되고 이로 인해 가난이 확산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85명이 전 인류가 소유한 재산의 반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신학자로서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나’라는 소명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정책이 세계를 휩쓸면서 시장이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리드리히 하이예크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 연설을 보면 도처에서 신학과 유사한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며 “하이예크는 시장을 굳건히 믿으며 누구도 시장의 권위에 간섭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는 사람들의 믿음이 하나님을 향하지 않고 시장과 자본으로 향하도록 대치시켰다.
시장을 신으로 떠받드는 크리스천들의 행태도 꼬집었다. 성 교수는 “가난하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무작정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크리스천들이 많다”며 “이처럼 신자유주의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면 부의 편중으로부터 해방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성 교수는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예수의 삶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리스천이 된다는 건 단순히 교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길을 따르는 걸 말한다”며 “예수는 성공주의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집중하셨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교회는 사람들이 부자를 동경토록 하는 것이 아니라 빈자들에 대한 긍휼의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성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교회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영을 발견하고 예수의 길을 따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돈에 대한 욕망, 하나님에 대한 열망으로 바꿔야”
입력 2014-10-22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