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없다면 난 비참한 사람 가장 장엄한 세계로 인도해” 11월 방한 머레이 페라이어 인터뷰

입력 2014-10-22 02:50
크레디아 제공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장엄한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음악이다.”

‘건반 위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미국인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67·사진)는 “음악 없는 나는 참 비참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 정상의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페라이어가 11월 10∼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네 번째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이번엔 그가 14년간 상임 객원지휘자로 몸담고 있는 영국의 음악단체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와 함께 온다. 그를 21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스물다섯 살이던 1972년 제4회 리즈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최정상을 구가하던 1990년 예기치 못한 시련에 부닥쳤다. 악보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베인 상처가 손가락뼈 변형으로 이어져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손가락이 아픈 이유를 찾지 못해 치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결국 90년대 후반 재기에 성공하며 무대로 돌아왔지만 2004년 손가락 부상 재발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그는 대수술 끝에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ASMF 지휘 제의를 받은 것이 손가락 부상기간이었다. 연주를 하지 않고 음악에 몸담을 기회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7년째 매년 4주 정도 ASMF와 순회공연을 해왔다. 유럽·미국·일본 등에서도 함께한 적이 있지만, 한국에 같이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시절 네빌 마리너가 지휘하던 ASMF를 들으며 자랐다. 이들은 1960, 70년대에 거의 모든 작곡가의 작품을 녹음한 음반을 내놓았는데 특히 바로크와 모차르트, 하이든을 다뤘다. 내가 지금 ASMF와 주력하는 작품들도 모차르트, 하이든이고 가끔 베토벤도 다룬다. ASMF와의 연주는 항상 즐겁다.”

그도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세월이 나에게서 무엇을 빼앗아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악에 대한 이해력을 가져다 준 것 같다”며 “각각의 음정들이 우리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연주와 지휘를 함께한다. 스트라빈스키 협주곡 ‘덤바턴 오크스’, 하이든 교향곡 77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멘델스존의 신포니아 7번 라단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바흐 건반 협주곡 7번 사단조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