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직장 내 리더십과 스트레스, 심장질환의 연관관계를 다룬 하버드 의대 조너선 D 퀵 교수의 연구 및 일련의 메타 분석(비슷한 주제에 대한 여러 연구를 종합 비교하는 통계적 접근법)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조직 내 스트레스 예방 관리’의 공저자이기도 한 퀵 교수는 “나쁜 상사는 시간이 갈수록 부하직원의 정신과 육체 모두를 병들게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업무 향상을 위해서라는) 리더들의 자기합리화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리더십이 유발하는 스트레스는 부하직원의 업무 성과나 생산성 향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연구는 특히 형편없는 리더십과 심장질환 위험의 연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사소한 일에도 혹평과 폭언을 퍼붓거나 책임을 부하직원에게 전가하고 외설적인 말이나 모욕, 원치 않는 성적 접근을 일삼는 등 다양한 종류의 ‘저질’ 상사가 존재하며 어떤 타입이든 업무 시간 내내 부하직원들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퀵 교수는 “상사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는 고혈압과 수면장애, 불안을 유발하고 또한 흡연, 과음, 폭식 등 건강을 해치는 안 좋은 습관에 빠지기 쉽다”면서 이는 심근경색과 심장마비 등에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학술지 ‘직업 및 환경의학’이 3122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상사의 리더십과 협심증·심장마비·심장질환 사망의 연관관계를 10년간 분석해 2009년 발표한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분석 결과 ‘사려 깊고 직원들과 충분한 정보·커뮤니케이션을 공유하는’ 상사 밑에서 일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심장 질환을 앓은 확률이 20% 이상 낮게 측정됐다.
연구 책임자인 스톡홀롬대 스트레스 연구센터의 안나 니베르그 교수는 “피실험자들에게 가장 강력하고 오래 통제된 변인은 꾸준히 한 직장에서 일했다는 사실”이라면서 직장 내 스트레스는 흡연이나 운동보다 훨씬 큰 인과 관계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또 “만약 악덕 상사가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를 주고, 그런 직장 환경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안 보인다면 당신은 반드시 최대한 빨리 직장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건강을 파괴하는 나쁜 상사의 시달림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직이지만 만약 이직이 어렵다면 직장 내 동료와 같은 어려움을 공유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여갈 수도 있다. 뉴욕의 저명 심리치료사 리처드 오코너는 “신뢰할 만한 동료에게 당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같은 상사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당신의 스트레스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악덕상사는 정신·육체까지 좀먹는다”
입력 2014-10-22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