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기독교인 ‘평양의 기도’

입력 2014-10-22 03:09
조국평화통일협의회 방북단이 지난 17일 평양 봉수교회에서 공동기도회를 가진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오경우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서기장, 송철민 봉수교회 담임목사, 소강석 박장원 목사, 강명철 조그련 위원장, 진요한 피종진 목사, 신경하 감독, 장충식 박정하 김문기 장로. 앞에서 둘째 줄 왼쪽부터 이정로 조그련 부위원장, 이형삼 이만신 목사, 한 사람 건너 황준익 강은숙 목사. 조국평화통일협의회 제공
미니스커트 등 양장 차림의 사람들과 현대식 고층건물이 부쩍 늘어난 평양 시내. 아래는 평양 경상유치원의 수업 모습. 조국평화통일협의회 제공
㈔조국평화통일협의회(대표총재 피종진 목사, 대표회장 진요한 목사)는 지난 17일 평양 봉수교회에서 ‘남북공동 조국평화통일기원 평양기도회’를 드렸다고 21일 밝혔다. 협의회는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협의회가 평양에서 기도회를 가진 건 2005년 10월 이후 9년 만이다.

300여명의 북측 성도들이 참석한 기도회는 북측 송철민(봉수교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조그련 위원장 강명철 목사는 환영사에서 “믿음의 기도는 놀라운 역사를 이룬다”며 “북남이 하나 되기 위해 기도하는 일은 큰 은혜”라고 말했다. 이어 “북남 양 정상들의 합의사항인 6·15선언과 10·4선언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조국의 평화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의회 대표총재 피종진 목사는 인사말씀에서 “창세기 32장을 보면 야곱은 형 에서가 자신을 죽이러 올 때 긴장을 풀도록 예물을 보내고 형님과 화해를 위해 애통하며 기도했다”면서 “이로써 형님과 화해뿐 아니라 이스라엘로 변화 받아 하나님의 성민으로서 믿음과 복의 조상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남북의 기독교인들도 야곱처럼 함께 기도할 때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의 놀라운 계기가 마련될 줄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 허영희 장로가 대표기도를 하고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가 사도행전 8장 12∼17절을 본문으로 ‘하나 되는 민족 되게 하소서’를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신경하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과 장충식 전 대한적십지사 총재가 축사를 했고, 이만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 대표회장이 성찬을 집례했다.

협의회 대표회장 진요한 목사는 감사의 말씀에서 “북쪽에서만 일곱 번째 드려진 이번 기도회를 통해 꿈에도 소원인 남북 평화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통일이 되면 우리 겨레는 세계의 으뜸민족으로 세워져 온 세계에 인류평화의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협의회 지도고문 박장원 목사가 축도를 했으며 참석자들은 봉수교회 성가대와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세 차례 합창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오랜만에 평양을 찾은 방북단은 김정은 체제 이후 달라진 평양 시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소 목사는 “5년 만에 평양을 방문했는데, 옛 아파트를 허물고 고층 아파트를 많이 올렸더라”면서 “편의시설과 위락시설도 많이 늘었는데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평양 시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의회 준비위원장 황준익 목사는 "이전과 달리 택시와 승합차 등 차량이 많이 늘어나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과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고 전했다.

진 목사는 "다행히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평양신학원 모두 잘 관리되고 있었다"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하루빨리 평화통일이 이뤄지도록 남북이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협의회는 통일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선교단체다. 1993년 3월, 40일간 금식기도를 마친 목사들과 남북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교계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조국평화통일기원기도회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남과 북, 해외에서 200여 차례 기도회를 개최했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