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량투성이 무기로 북한군 이길 수 있겠나

입력 2014-10-22 02:14
제대로 된 무기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개인화기부터 1조원대에 이르는 최신예 이지스함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제 성능을 발휘하는 무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군은 해마다 첨단무기 개발에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나 겉만 번지르르했지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무기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이런 무기로 실전에서 북한군을 압도할 수 없다는 건 불문가지다.

K-11 복합소총은 군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국산 명품 무기’라는 자랑이 무색하게 툭하면 오작동을 일으키는 애물단지가 됐다. K-11은 핵심기능인 공중 폭발탄이 총기 내부에서 터지는 사고에 그치지 않고 자석을 갖다 대면 자동 격발되는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다. 육군에 자석이 붙은 마이크가 장착된 신형 전투헬멧 보급이 완료되면 이 총기는 적군이 아닌 아군을 살상하는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자부품이 많이 들어간 K-11은 작은 충격에도 오작동을 일으키고 물에 취약해 야전에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사실이다.

수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3500t급 구조함 통영함은 2012년 7월 진수식까지 마쳤으나 수준 미달의 음파탐지기를 탑재한 사실이 들통 나 2년 넘게 조선소 부두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고, 육군의 차세대 주력 전차인 K-2 전차는 국산 파워팩 문제로 언제 전력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첨단 구축함이라는 3000t급 광개토대왕함은 전투 운영시스템이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486컴퓨터로 작동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시스템이 자주 다운돼 정상 작전이 불가능하다. 최신예 이지스함 율곡이이함은 어뢰기만탄이 바닷물에 부식돼 어뢰 방어능력을 상실했다. F-35A는 미국에서도 기체 결함 문제로 논란이 뜨거운데 군은 일사천리로 이 기종을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했다.

개당 만원이면 살 수 있는 USB를 95만원에 사고, 2억원짜리 통영함 음파탐지기를 40억원 넘게 주고 산 조직이 우리 군이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군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이유는 배후에 군피아가 똬리를 틀고 있어서다. 방산업체에 취업한 예비역들이 현역인 후배들과 검은 커넥션을 유지하며 군사기밀을 무시로 빼내 너나 할 것 없이 무기 구매 예산을 쌈짓돈으로 여긴 때문이다. 수사 당국은 국방기술품질원이 실전배치에 동의하지 않은 K-11 소총을 군이 국방과학연구소로 품질보증기관을 바꾸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한 배경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방위사업청은 무기 구매 및 군납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하지만 민간 전문인력을 활용해 무기 구매 등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제고하려던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방사청은 군피아 아지트로 변했다. 군은 오는 2020년까지 850여명인 군인 직원을 300명 이상 줄이고 민간인으로 대체하라는 감사원 결정에도 오불관언이다. 국방 관련 비리는 이적행위다. 이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한 국가 안보는 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