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더스트리 4.0시대 모든 것 갖춰”

입력 2014-10-22 02:41
조 케저 지멘스 회장이 21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혁명포럼’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해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 접목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지멘스 제공

“제조업에서 디지털화는 1990년 독일 통일에 버금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한국은 인더스트리 4.0시대에 성공을 거두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조 케저(57·사진) 지멘스 회장은 21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혁명포럼’ 창립기념 행사에서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제조시설에서 데이터를 모두 연결하면 에너지 가격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인더스트리 4.0은 이처럼 생산과 제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케저 회장은 현재를 데이터 시대로 정의했다. 전 세계에서 하루 생성되는 데이터양이 인류가 2000년까지 쌓은 데이터 20억 기가바이트(GB)에 해당할 만큼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는 제조업에서 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케저 회장은 “데이터를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로 전환하면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멘스는 전통적 기계 설비인 대형 가스터빈에 센서 1500개를 부착해 데이터를 모은다. 케저 회장은 “각각의 센서에서 나오는 스토리(데이터)를 축적해 출력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멘스는 공장에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시스템도 도입했다. 품질 문제가 제품 제조의 어떤 단계에서 비롯됐는지 곧바로 추적할 수 있다.

케저 회장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고 신기술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로 한국을 지목했다. 그는 “한국은 대학 졸업생의 비율이 높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양국은 누가 누구한테 배우는 게 아니라 서로 배울 게 많은 관계”라고 했다. 아울러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정책으로 얻게 될 기회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저 회장은 지멘스가 167년간 지속해온 비결로 ‘주인의식 문화’를 들었다. 그는 “‘항상 내 회사라고 생각하며 일하라’는 격언이 경영진부터 직업훈련생까지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전했다. 지멘스 직원 약 36만명 가운데 14만명이 지멘스의 주식을 갖고 있다. 2020년까지 주식 보유 직원을 20만명으로 늘리는 게 케저 회장의 목표다.

그는 통일에 관한 질문을 받자 “독일은 통일을 통해 민족 자부심을 회복했다”면서 “내 세대 가장 큰 성과를 말하라면 통일이라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독일도 통일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면서 “한국도 통일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므로 항상 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