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 디지털화는 1990년 독일 통일에 버금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한국은 인더스트리 4.0시대에 성공을 거두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조 케저(57·사진) 지멘스 회장은 21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혁명포럼’ 창립기념 행사에서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제조시설에서 데이터를 모두 연결하면 에너지 가격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인더스트리 4.0은 이처럼 생산과 제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케저 회장은 현재를 데이터 시대로 정의했다. 전 세계에서 하루 생성되는 데이터양이 인류가 2000년까지 쌓은 데이터 20억 기가바이트(GB)에 해당할 만큼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는 제조업에서 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케저 회장은 “데이터를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로 전환하면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멘스는 전통적 기계 설비인 대형 가스터빈에 센서 1500개를 부착해 데이터를 모은다. 케저 회장은 “각각의 센서에서 나오는 스토리(데이터)를 축적해 출력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멘스는 공장에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시스템도 도입했다. 품질 문제가 제품 제조의 어떤 단계에서 비롯됐는지 곧바로 추적할 수 있다.
케저 회장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고 신기술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로 한국을 지목했다. 그는 “한국은 대학 졸업생의 비율이 높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양국은 누가 누구한테 배우는 게 아니라 서로 배울 게 많은 관계”라고 했다. 아울러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정책으로 얻게 될 기회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저 회장은 지멘스가 167년간 지속해온 비결로 ‘주인의식 문화’를 들었다. 그는 “‘항상 내 회사라고 생각하며 일하라’는 격언이 경영진부터 직업훈련생까지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전했다. 지멘스 직원 약 36만명 가운데 14만명이 지멘스의 주식을 갖고 있다. 2020년까지 주식 보유 직원을 20만명으로 늘리는 게 케저 회장의 목표다.
그는 통일에 관한 질문을 받자 “독일은 통일을 통해 민족 자부심을 회복했다”면서 “내 세대 가장 큰 성과를 말하라면 통일이라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독일도 통일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면서 “한국도 통일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므로 항상 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한국 인더스트리 4.0시대 모든 것 갖춰”
입력 2014-10-22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