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911’에 피자 주문 위기 모면… 만약 ‘119’였다면?

입력 2014-10-22 02:27
한 미국 여성과 911의 통화 내용을 담은 글의 일부. ‘처음에는 장난전화라고 생각했지만 곧바로 알아채고 생명을 구했다’는 제목이 붙어있다. 하트워밍 캡처

[친절한 쿡기자] 누군가 119에 전화를 걸어 “여기 피자 한 판 배달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요즘에도 이런 장난을 치는 사람이 있나’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911은 달랐습니다.

미국에선 이미 화제가 된 이야기입니다. 교훈을 주는 사연을 주로 다루는 사이트 하트워밍이 최근 공개했습니다. SNS를 타고 국내에 전해졌지요. 제목부터 호기심을 끕니다. “처음엔 장난전화인 줄 알았지만 이 짧은 생각이 생명을 구했어요. 그녀는 천재예요.” 대체 어떤 사연이 있던 걸까요.

미국인 여성 A씨가 911에 건 전화 내용입니다. A씨는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주소부터 얘기하고는 “피자를 주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상담원은 의아했죠. 다시 물었습니다. “911에 전화하신 게 맞나요?”

“그렇다”는 대답을 들은 뒤 그제야 알아챘습니다. A씨가 말 못할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요. 상담원은 침착하게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방에 누가 있나요?” “주위에 무기가 있습니까?” A씨는 “네” 또는 “아니오”로만 대답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습니다.

주소를 검색하니 이 집에선 몇 차례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바로 출동해 폭행당한 A씨와 술 취해 자고 있는 그의 애인을 발견했죠. A씨의 기지가 빛났습니다. 911의 대처도 대단했고요. 만약 이 전화를 장난으로 치부해 끊어버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기막힌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괜히 선진국이 아니다” “부럽다” “이런 걸 배워야 한다”고 성토합니다. 그 중 “우리나라였으면 바로 끊어버렸을 것”이라는 비관적 의견이 눈에 띕니다. 안타깝지만 왠지 수긍이 갑니다.

2012년 4월 발생한 ‘오원춘 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당시 경찰은 피해여성에게 성폭행 신고를 받고도 우왕좌왕하다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결국 여성은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됐지요. 비슷한 사례는 많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도 해경에 신고가 접수됐지만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되풀이해야 할까요? 뒤돌아보고 옆을 봐가며 그렇게 한 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