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속도로 수요예측 잘못 이용자가 책임지라니

입력 2014-10-22 02:15
한국도로공사의 부채 급증이 고속도로 건설 당시 정부의 교통량 예측 실패에 기인한다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평가를 보면 2007년 이후 7년 연속 통행료 수입이 고속도로 건설투자비 원리금 상환액을 밑돌았다. 정부가 차량통행 예측을 과다하게 부풀린 탓에 실제 개통 이후 차량 통행량이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수입이 급감한 것이다.

2006년 이후 개통된 12개 고속도로의 2013년 하루 예측 통행량은 51만3497대였지만 실제로는 21만1730대에 그쳤다. 예측치의 41.2%에 불과하다. 차량 10대가 다닐 것으로 예상하고 도로를 만들었는데 실제로 이용한 차량이 4대였던 것이다. 중부내륙선 양평∼여주 구간의 경우 예측 교통량은 하루에 5만9818대였지만 실제 이용한 차량은 5722대로 집계됐다. 예측 대비 이용률이 10%뿐이었다. 고창담양선 장성∼담양 구간의 경우 예측 대비 이용률이 20%, 익산포항선 익산∼장수 구간은 23%였다. 12개 도로 중 통행량 예측치를 넘긴 도로가 단 하나도 없다니 어이가 없다. 건설투자 대비 회수율도 급락해 2013년 기준 완성된 28개 노선의 회수율은 28.4%에 머물렀다. 개통된 지 40년이 넘은 남해선, 호남선, 영동선 수입도 투자비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최근 개통한 7개 노선은 투자비 회수는커녕 영업을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도로공사의 부채로 이어졌다. 2004년엔 14조8814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5조9628억원으로 급증했다.

눈덩이처럼 빚이 불어나자 정부가 빼든 카드가 고작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추진이다. 정부는 11월부터 통행료를 4.9% 인상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잘못된 예측으로 생긴 빚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다.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적자를 메우겠다는 정부의 뻔뻔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통행료 인상 추진에 앞서 예측 부실의 원인규명부터 해야 하며 도로공사의 경영혁신과 자구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