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연아’ 한국 피겨 신성들 시즌 스타트

입력 2014-10-22 02:18



‘피겨 여왕’ 김연아는 떠났지만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기분좋게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국제빙상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의 6개 대회에 여자 싱글의 박소연(17)과 김해진(17)을 비롯해 남자 싱글의 김진서(18), 아이스댄싱의 레베카 김(16)-키릴 미노프(21) 등 한국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

리투아니아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가진 레베카 김과 러시아 국적의 키릴 미노프 콤비는 그랑프리 시리즈 페어와 아이스댄싱 부문에선 파트너의 국적이 다를 경우 두 선수 중 한 명의 국적으로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한국 선수가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는 것은 2010∼2011 시즌 곽민정 이후 4년만이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올림픽이 있었던 2009∼2010 시즌을 끝으로 부상이나 휴식 등으로 그랑프리 시리즈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의 경우 남자 싱글과 아이스댄싱에서 처음으로 출전자를 배출하는 등 한국 피겨 역사상 전무후무한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겨 그랑프리 시리즈의 6개 대회는 ISU가 개최하는 최고 레벨의 대회로 세계 상위 랭커들이 출전한다. 각 대회의 엔트리는 남녀 싱글 각각 12명, 페어와 아이스댄스 각각 8조다. ISU는 직전 시즌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을 가지고 상위 6명(조)을 2개 대회씩 배정한다.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및 세계랭킹과 시즌베스트 성적, 그랑프리 대회 주최국 어드밴티지 등을 고려해 6개 대회에 다음 랭킹의 선수들을 배정한다. 선수들은 최대 2개 대회까지 초청되며 순위가 밀리면 1개 대회에만 초청된다.

이에 따라 1차 스케이트 아메리카에는 박소연, 2차 스케이트 캐나다에는 김해진, 3차 컵 오브 차이나에는 김해진과 김진서, 4차 로스텔레콤컵에는 박소연과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 5차 트로피 에릭봉파르에는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 6차 NHK컵에는 김진서가 각각 초청됐다.

사실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 한국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게 된 것은 김연아 이후 선수층이 조금은 두터워지고 기량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운도 많이 작용했다. 원래 올림픽 직후 시즌에는 많은 선수들이 은퇴나 휴식을 선택하기 때문에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오는 편이다. 이번 시즌의 여자 싱글만 보더라도 김연아가 은퇴하고 아사다 마오(일본)와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가 휴식을 선택했다. 또한 이번 시즌부터 각 대회 엔트리가 남녀 싱글의 경우 지난 시즌보다 2명이 늘어난 12명이 된 것도 한국 선수들에게 도움이 됐다.

실제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ISU가 지난 6월 발표한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자 명단을 보면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박소연만 2개 대회에 배정됐었다. 그리고 김해진이 1개 대회에 배정됐을 뿐 김진서와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는 아예 대회에 배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가 가까워지면서 부상 등의 이유로 불참하는 선수들의 자리를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던 한국 선수들이 이어받게 된 것이다.

물론 한국 선수들이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메달권에 입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첫 시니어 시즌부터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며 쌓은 경험은 2018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큰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