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주대준 (13) 육군본부 시절 한때 술독에 빠져 가정 위기

입력 2014-10-22 02:25
주대준 KAIST 교수(왼쪽)가 청와대 정보통신처장 시절인 2003년 5월 육군본부에서 일할 때 직속상관이었던 김종길 장군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미국 유학 중 소령으로 승진한 나는 귀국 후 육군본부 전산처에서 육군 데이터통신(N/W)망 담당 장교로 임명됐다. 얼마 후 전산장교 중 최초로 장군으로 승진한 김종길 준장이 전산처장에 부임했다. 김 준장은 수십 명의 영관장교 중 나를 보좌관으로 데려갔다. 청와대에 오기 전까지 직속상관으로 모셨던 김 준장은 내가 전산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나는 처장 보좌관 업무 외에도 전산장교 교육·인사 업무도 맡았다. 전산장교들이 선망하는 두 가지 보직을 겸임하며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유학파에다가 중요한 업무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유학 기간에 함께 근무하지 못해 다소 소원했던 전산장교들과 가까이 소통한다는 명분으로 야근 후 집으로 가기보다 술자리에 어울리는 일이 잦았다. 어떤 날은 새벽에 집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평소 하지 않던 술을 마시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됐다. 귀국 6개월 만에 아내와 불화의 골도 점점 깊어졌다. 결혼 후 처음 맞는 최대 위기였다.

어느 날 아내와 크게 다툰 후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며 기도하던 중 말씀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게 됐다. 그러고 보니 바쁜 업무를 핑계로 QT 시간도 없어졌고 영적으로 많이 무뎌져 있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했다.

그날 이후 나는 세상의 모든 일보다 성경공부를 우선하기로 결단했다. 장군 보좌관 업무 등 눈앞에 놓인 일을 보면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믿음으로 평신도 성경학교 6개월 과정에 등록했다. 육군본부에서 장군을 돕는 보좌관이 장군보다 일찍 퇴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도 외에는 다른 해결 방법이 없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성경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금요철야 기도와 주일 내내 간구했다. 성경학교는 화·목요일에 열렸다. 이날만이라도 장군이 일찍 퇴근해야 내가 성경을 공부하러 갈 수 있었다.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장군이 찾았다. 그는 내게 “보좌관, 앞으로 화·목요일은 업무 끝나면 바로 퇴근해 골프도 배우고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낼 테니 당신도 일찍 퇴근하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딱 맞게 기도 응답을 받은 경험이 있긴 했지만 이처럼 빠르고 정확히 응답하시는 하나님은 정말 놀라웠다. 바쁜 업무 중에도 매주 화·목요일 퇴근 후에는 육군본부가 있는 삼각지에서 여의도까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성경학교에 나갔다. 결국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개근으로 수료했다. 기적 중의 기적이다.

성경학교에서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일독하고, 마지막 주에는 오산리기도원에서 성령대망회를 가졌다. 기도원에서 기도하던 중 성령님의 강력한 임재를 체험하며 내 삶에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됐다. 하나님은 기도 중에 환상으로, 신혼 초 의식을 잃을 정도로 술에 만취해 집을 찾지 못하고 밤새도록 헤매던 모습, 미국에서 교통사고가 났던 일 등 내가 잊고 살았던 추한 과거를 보여주셨다. 그러면서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3:16)’는 말씀을 주시고 회개하게 하셨다. 성령대망회를 계기로 나는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먼저 교회 봉사를 시작했다. 주일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오후 늦게까지 남선교회 ‘외국인 안내봉사’ 부서에서 외국인을 안내하고 섬겼다. 성전 청소도 맡았다. 사무실에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직장과 교회를 오가며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변화는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복음을 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직장을 가든 택시를 타든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예수님을 전했다.

성경학교를 마친 뒤 곧바로 1년 과정의 성경대학원에 등록했다. 돌이켜 보면 하나님은 내게 교회 봉사와 성경학교, 성경대학원 트레이닝을 통해 앞으로 복음 사명자로 일하기 위한 영적 파워와 권능을 부어 주셨다.

정리=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