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유대광야에서

입력 2014-10-22 02:23

삶이 힘들거나 감정이 많이 상해 있는 누군가에게 “예배를 드리자”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지금 예배를 드릴 기분이 아니다”고 말하거나, 말은 하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많을 것입니다.

감정이나 기분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극히 주관적입니다. 만일 감정과 기분에 따라 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안 드리기도 한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이겠습니까.

어떤 이들은 힘들고 지친 마음에 위로를 얻으려고 교회 예배에 나옵니다. 위로해 주는 말씀을 들으러, 마음의 안정을 찾으러, 그래서 하나님과 교회를 통해 서비스를 받고 돌아오기를 원합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예배의 주인공은 결코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예배의 첫째 목적은 결코 사람에게 위로나 평안을 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하고,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간입니다. 오히려 성도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하나님께 서비스를 해 드리는 시간입니다.

오늘 말씀은 다윗이 유대광야에서 예배드릴 때 하나님께 올렸던 기도와 간구입니다. 유대광야가 어떤 곳입니까. 다윗은 이곳을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이라고 했습니다(1절). 이 표현에는 유대광야 자체가 척박한 땅이라는 현실적 의미도 있지만 다윗의 기분과 마음 상태도 반영돼 있습니다. 지금 다윗의 처지는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최고의 상태로부터 자기를 죽이려는 아들을 피해 광야로 도망쳐야 하는 최악의 상태로 떨어져 있습니다. 평안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외롭고 고독한 도망자의 삶, 그야말로 배신감과 분노, 슬픔, 절망, 원망, 미움, 수치 등의 감정들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다윗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릴 때 피곤하고 지치고 극히 상한 심령과 마음, 감정, 기분을 다 내려놓고 하나님을 갈망하고, 앙모했습니다(1절). 그리고 광야에서 하나님을 향해 품는 이 마음은 예루살렘의 성소에 있을 때의 마음과 똑같다고 말합니다(2절).

예루살렘에서 다윗은 평안했습니다. 정치·경제적으로 태평성대였고 후손들은 번성했으며, 하나님의 법궤가 있는 성소에서 맘껏 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유대광야와 전혀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행복하게 예배드렸던 그때와 같이 지금 여기 광야에서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그렇게 주님을 바라보았습니다(2절).

또 마치 맛있는 음식을 편안한 자리에서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과 기분으로, 아무 음식이 없는 광야에서도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 광야의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예배드릴 것이라고 했습니다(5절). 이것이 바로 예배자의 참 모습입니다.

주일예배를 드리러 갈 때 사탄은 성도의 감정과 기분을 무슨 방법으로든 상하게 하려 할 것입니다. 예배드리기 싫어지도록, 하나님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이 되도록, 내 감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도록, 그렇게 온전한 예배자가 되지 못하게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시간이 바쁘고 삶이 힘들지라도 예배를 드리시기 바랍니다. 그럴 때 하나님은 우리의 예배를 더 값지게 받으실 것입니다.

이성관 여주성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