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부끄럽지만 장애인게임을 관전하며 이토록 큰 감동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18일 개막한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는 42개국 6000여명이 참가해 24일까지 열전을 벌입니다. 보치아는 야구공만한 가죽 공을 표적 공에 가까이 붙이는 것으로 동계스포츠 컬링과 흡사한 경기입니다. 그리스 로마 때부터 해왔던 경기랍니다.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은 네 가지로 나눠집니다.
보치아 국제심판은 “보치아는 중증 뇌성마비인을 위해 개발된 종목으로 우리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숨 가쁜 경쟁과 짜릿한 감동을 주는 진정한 스포츠 중의 스포츠”라고 소개했습니다. 신체능력 개선 효과가 입증된 게임이라고 합니다. 선수가 심한 장애 때문에 손으로 쥐고 던질 수 없어 홈통이라는 기구에 공을 올려놓고 밀어 보냅니다. 일본팀은 머리에 밀대를 장착했고 우리 선수 한 명은 입에 밀대를 물고 경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긴장감 또한 그 어떤 스포츠 경기에 못지않았습니다.
보치아는 1982년 덴마크에서 국제종목으로 부상했고 84년 뉴욕장애인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습니다. 국내에는 450여명의 선수층이 형성돼 양궁처럼 대표선수 선발전이 금메달 따기 만큼 치열합니다. 보치아는 우리나라의 효자종목으로 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까지 7연패의 기록을 올렸습니다.
금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우리 대표팀은 놀라운 기량을 보였습니다. 일본에게 2회전까지 5대 3으로 뒤지다 3회에서 극적으로 5점을 내 승부를 단숨에 뒤집고 여세를 몰아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는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추어 경기를 이끌고 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절묘한 역회전으로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공을 쳐내고 표적에 가까이 붙이는 신기를 볼 때는 저도 모르게 흥분이 될 정도였습니다.
경기장을 등에 지고 선수를 도와 볼을 홈통에 올려주는 사람은 경기를 볼 수 없습니다. 그와 선수는 숫자판으로만 소통했는데도 손발이 척척 맞았습니다. 그는 바로 선수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래서 눈빛만으로도 아들의 마음을 읽고 움직일 수 있었던 겁니다. 언어구사나 표정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없지만 철저히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며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경기 상황을 읽는 날카로운 눈매, 공의 방향이나 볼을 던지는 속도와 방법에는 야구나 축구에 못지않은 전략과 기술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구사하기까지 선수들은 피땀 어린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경기를 보며 받은 감동이 엄청나 저는 글이라도 써 장애인게임에 관심을 높이는 일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치아뿐 아니라 금요일까지 진행되는 많은 경기들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여러분도 이러한 감동을 똑같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의 여건이 어려워 낙심하고 절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극심한 심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놀라운 기술과 지략, 그리고 집중력까지 보여주는 선수들이 주는 감동은 근래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환하게 웃는 모습 또한 세상의 그 어떤 미소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인간이 어떤 외모를 지녔건 하나님의 형상이 드러난 존재임을 다시금 절절히 느꼈습니다.
신국원 교수(총신대 신학과)
[시온의 소리-신국원] 보치아를 아십니까
입력 2014-10-22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