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799억 달러였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6.1%를 기록해 2012년에 이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8월까지 543억 달러 흑자다. 상품수지도 806억 달러이며 외환보유고는 364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국제수지와 외환보유고는 대외경제 부문 비중이 큰 우리 경제의 경우 기초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럼 현재와 같은 양호한 국제수지 실적에 대해 우리는 안심해도 되는 것인가. 학계에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내수가 위축되어 수입이 감소하는 데 기인한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외안정성 측면에서 경상수지 성과는 나쁘지 않지만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이 부진하고 또 한편 내수소비 기반이 약해졌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출 측면에서 2012년과 2013년 우리 수출 증가율은 각각 -1.3%와 2.1%로 2000년 이후 연평균 수출증가율 12.7%에 비해서 매우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 이유는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성장의 둔화와 교역량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향후 수출 전망을 보더라도 유럽과 중국 경제성장의 급격한 둔화가 점쳐지고 있어 그리 밝지 않다. 물론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중국 경기 둔화가 완화되겠지만 중국 경제의 부실이 곳곳에서 노정되고 있어 이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한편 최근 2년간 원화 대비 엔화의 가치가 50% 이상 하락하여 일본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좋아져 상대적으로 우리의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일본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엔저에 따라 수출단가를 낮추지 않고 채산성 확보 위주로 경영해 왔으나 만약 본격적으로 수출단가를 낮추고 통상적으로 환율의 변화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효과가 1년반 이후에 나타난다고 보면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곧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작용 없이 이러한 우려들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단기적인 묘안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구조적 전환을 위한 고민과 방향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첫째,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이상 과거와 같이 수출이 성장을 이끌어 가는 것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지금은 대외 부문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을 볼 때 내수중심의 경제로 성장을 이끌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되므로 여전히 수출의 중요성은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과거보다는 수출과 내수 간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러한 측면에서 소비 진작을 위한 현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시행의 시의성과 시급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들이 현재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둘째, 직접적인 환율 개입을 통한 환율정책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실효성도 낮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한 환율을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해 있는 디플레이션 위협이 좀 더 현실화되고, 경기 둔화가 더욱 심각해진다면 대외 부문 측면도 신중히 감안하여 유럽이나 일본과 같이 통화정책 운용을 전향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산업구조로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산업 생산성 제고를 도모하고 수출산업은 고급 기술 및 부품 소재산업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 현재 우리 수출의 중심인 조선, 철강, 전자, 섬유화학 등 대부분 산업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맹렬한 추격이 진행되고 있고 가격경쟁력 측면의 경쟁은 곧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와 차별화된 산업구조로의 전환과 기술의 고급화가 시급하다. 이러한 구조적 전환은 과거 우리의 성공 방식에서 이탈하는 것이어서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시평-박정수] 경상수지 흑자가 고민인 이유
입력 2014-10-22 02:20